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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태 감독 "'마이 라띠마', 논란 돼야 한다"(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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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개봉해 상영 중…"호평도 혹평도 좋다"

[권혜림기자] 영화 '마이 라띠마'는 쉽게 이야기 해 '풀어낼 말이 많은' 영화다. 결혼 이주 여성과 30대 무직 남성의 만남과 헤어짐, 성장을 그린 이 영화는 제3세계 출신 이주 여성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폭력적 시선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불편하리만치 가감없지만 꼭 그만큼의 성찰을 안기는 이 영화의 감독은 대중에겐 아직 배우로 친숙한 유지태다.

지난 2012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뒤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호평을 얻었던 '마이 라띠마'는 감독 유지태에겐 "개봉을 상상하지 못했던" 작품이었다. 평소 스태프 처우 개선 문제는 물론 영화계 생태계 전반에 깊은 관심을 드러내 왔던 그다. 저예산 영화의 개봉과 상영에 얼마나 많은 걸림돌이 자리하고 있는지는 그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조이뉴스24와 만난 유지태는 "좋은 평가든 아니든, 영화가 논란을 일으켰으면 한다"는 속내를 알렸다. "상업 영화 수준의 예산이 투입되지 않았고, 충분히 차별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영화"라며 "영화를 잘 봐 주신다면 무척 기쁘지만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그것마저 감사한 일"이라고도 덧붙였다.

"좋은 평가든 아니든 논란이 돼야 해요. 그런 입장에서 어떤 평을 주시든 감사하죠. 이야기되어진다는 것만으로도요. 어떻게 100%의 관객이 영화를 좋아하겠어요. 해외에서 인정받았더라도 한국에선 아닐 수 있다는 걸 충분히 이해해요. 그런데 아예 만들고도 개봉을 못 하는 영화들이 있잖아요. 그런 면에서 논란이 있는 영화가 좋다고 생각해요. 물론 좋은 평을 많이들 해 주고 계시지만요.(웃음)"

영화의 주인공 마이 라띠마(박지수 분)는 태국에서 결혼을 통해 한국으로 이주해 온 여성이다. 본국에는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와 여동생이 살고 있다. '코리안 드림'을 안고 한국을 찾은 마이는 다달이 고향에 돈을 부쳐야 하는 맏딸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에서 마이의 삶은 꿈처럼 쉽지 않다. 인종적, 성(姓)적, 경제적 층위의 약자로서 마이는 온갖 난관과 싸워야 한다.

유지태가 10여년 전부터 구상해 온 '마이 라띠마'의 시나리오는 내용이 구체화되며 많은 부분이 새로 그려졌다. 애초 어촌 마을의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소외 계층이 느끼는 문화 격차를 그리고 싶었지만 "한국 사회가 그새 너무 발전해 격차를 그릴 만한 단서가 없어" 이주민 여성과 한국 남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이주 여성을 주인공으로 결정하고 자료 조사를 하면서 억울하게 죽어나가는 이주민 여성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이 문제를 환기할 수 있도록 고발 영화로 만들까도 고민했었죠. 만약 그렇게 만들어졌다면 아주 무서운 영화가 됐을 거에요. 극 영화의 형태로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정신이 온전치 못한 남편과 시아주버니, 서울에서 만난 직업소개소의 직원까지, 극 중 마이는 수도 없이 한국 남성들에 의한 성(姓)적 폭력을 마주한다. 수영(배수빈 분)이 사라진 뒤엔 그야말로 낯선 땅에 홀로 남겨진 신세가 된다. 마이는 그 모든 과정을 살아내며 유약하고 수줍었던 과거와 완전히 결별한다. 관객은 고독할지언정 의연한 삶을 꾸리게 된 마이의 성장을 목도한다.

마이의 고난을 최대한 건조하게 담아낸 이 영화는 이주 여성의 정체성을 지나치게 피해자화했다는 지적 역시 마주했다. 유지태 감독은 "이주 여성 센터에 가서 센터장과 이야기를 했는데 '잘 적응해서 사는 여성들도 있으니 너무 안 좋은 쪽만 그리지는 않아 줬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입을 열었다.

"자료 조사를 하며 그런 딜레마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렇지만 여전히 죽어 나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자꾸 '잘 살고 있다'고만 포장해서 내비치면 과연 우리 사회의 시각이 나아질 수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죠. 고름이 나면 아파도 걷어내고 새 살이 돋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잖아요. 인식의 단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배우 출신의 감독, 연기자로서 탄탄했던 입지를 잠시 뒤로 하고 연출 작업에 뛰어든 터라면 말랑말랑한 이야기로 관객과 보다 가벼운 첫 만남을 꾀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감독 유지태는 '마이 라띠마'로 오락보다는 성찰을 택했다.

"누군가는 왜 굳이 그런 판단을 했냐고 물을 수도 있어요.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정치인이 해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죠. 그렇지만 '내가 영화를 만드는 의미가 뭘까'하고 스스로 물었을 때 '그런 의미가 없다면 재미가 있을까' 싶었어요. 물론 '마이 라띠마'의 문제 제기가 아주 직접적이지는 않아요. 고발 형태가 아니니까요. 간접적이지만 사람들에게 많이 회자될 수 있고 인식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죠."

그런가하면 이날 유지태 감독은 '마이 라띠마'의 수익 배분 방식을 이야기하며 한국 영화계의 발전을 위해선 스태프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라고도 강조했다. 지난 2012년 부산국제영화제의 공식석상에서도 힘줘 말했던 내용이었다. 그는 "영화 수익의 70%가 스태프들에게 돌아간다"며 "그래서 '마이 라띠마'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웃어보였다.

"저는 한국 영화 산업에 세 가지의 대안이 있다고 믿어요. 하나는 스태프 인센티브 제도, 또 하나는 표준계약서 마련, 세 번째는 스태프 개별 계약이에요. 이 셋이 지켜지면 인프라가 형성되고 한국 영화의 씨앗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세가지를 대입해서 영화를 제작하려 노력해요. 스태프 처우 개선 문제에 힘을 보탤 수 없다면 제가 영화를 만드는 의의가 줄어드는 셈이에요. 그런 공헌적인 측면을 고려하고 있죠."

'마이 라띠마'는 가진 것도 기댈 곳도 없이 세상에 홀로 버려진 남자 수영(배수빈 분)과 돌아갈 곳도 머무를 곳도 없이 세상에 고립된 여자 마이 라띠마(박지수 분)가 절망의 끝에서 맞닥뜨리는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 배수빈과 박지수, 소유진의 연기 호흡이 돋보인다.

지난 2012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낸 데 이어 지난 3월 프랑스에서 열린 제15회 도빌아시아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거머쥐었다. 지난 6일 개봉해 상영 중이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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