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화기자] 이만하면 새로운 긍정의 아이콘이랄만 하다. 노홍철의 긍정 에너지를 능가할만한 낙천과 해맑음을 가진 바른 청년을 만났다.
영화 '무서운 이야기 2'에서 정범식 감독의 '탈출' 편에 출연한 고경표는 주위 사람들까지 즐겁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자칭 타칭 '최시원 닮은꼴'로 불리는 고경표는 '멀쩡한' 외모와 달리 코믹한 반전 연기로 독보적 행보를 걷고 있는 신인배우다.
장진 감독과 진행한 'SNL 코리아' 뉴스 코너에서 생뚱맞은 모습으로 웃음을 준 고경표는 여러 드라마에서 코믹한 연기를 선보여왔다. 능청스러운 노출과 동성애 연기 등으로 그의 이름 곁에는 '엉덩이 노출', '게이' 등의 연관 검색어가 따라 붙는다.
영화 '탈출'에서의 연기도 'SNL'의 이미지와 연장선상에 있다. 찌질한 교생 '고병신' 역을 맡은 그는 30여분의 러닝타임을 홀로 종횡무진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물건이다'라는 느낌을 준다.
김지원과 출연한 이번 영화에서 고경표는 온갖 굴욕을 당하는 현실세상을 벗어나 또 다른 세상으로 가기 위한 주문을 건다. 의외로 주문이 통해 또 다른 세상에 가지만 그곳은 현실보다 공포스럽고 끔찍하다. 거인 괴물 가족과 구더기 밥을 먹는 세상에서 탈출하기 위해 그는 또 다른 주문을 감행한다.
스크린을 자유자재로 주무르는 고경표에게 꼭 들어맞는 옷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컬트물의 탄생은 신인배우 고경표의 신선한 연기와 호러와 코믹은 버무린 각본, 정범식 감독의 연출력이 만난 결과다.
호기심을 가지고 만난 고경표는 기대 이상으로 밝고 건강한 20대 청년이다. 최시원을 닮았다는 말에 "최시원 형과는 같은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며 친해졌는데, 지금은 그런 말을 듣는 것이 좋다"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최시원 외에도 김범, 금성무 등 미남배우들과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는 그는 "하지만 그분들과 닮은 것을 다 모았는데도 닮지 않았다"며 웃었다.
2:8의 반듯한 헤어스타일을 고수하는 이유를 묻자 "제가 코쟁이라서 서양 사람들 같은 머리 스타일이 좋다"며 천연덕스러운 답을 하기도 했다.
배우를 발굴하는 매의 눈을 가진 장진 감독과 한솥밥을 먹고 있는 고경표는 현재 장진 감독의 영화 '하이힐'에 출연 중이다. 극중 선배인 주인공을 동경하는 신참 형사 역으로 영화를 위해 장진 감독과 'SNL'을 하차했다. 동료 배우 김슬기가 상종가를 올리고 있는가 하면 최근 물오른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는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것이 아쉽지는 않은지 물었다.
"언제나 고향같은 생각은 들어요. (김)슬기가 너무 잘하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고 마음도 좋고요. 'SNL'을 하면서 순발력이나 '섹드립'도 많이 배웠어요. 특히 신동엽 선배에게는 매순간 노력하는 모습과 진지한 자세를 많이 배운 것 같아요. 하지만 작품을 위해 하차해서 그런 점에서는 잘 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아, 딱 한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후회한 적이 있어요. 제이슨 므라즈 편을 보면서 저 자리에 나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유세윤 형 팬인데, 제가 하차하면서 형이 투입됐거든요. 함께 했으면 친해질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어요."
'SNL' 속의 고경표 모습을 유심히 지켜본 정범식 감독의 제의로 출연한 '탈출'은 신나는 마음으로 촬영했다. 특히 화장실에서 피칠갑을 하는 장면은 '재미있겠다'를 외치며 촬영을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체력이 소진돼 기진맥진하기도 했다.
"핏물을 2톤 정도 부은 것 같아요. 제가 물놀이를 좋아해서 재밌겠다 싶었거든요. 빨간색을 보니 흥분도 되고 그래서 페이스 조절을 잘 못 했어요. 갈수록 지쳐서 나중에는 어떻게 찍었나 기억이 없어요. 신나하지나 말걸 그랬어요."
캐릭터 이름부터 웃음을 주는 이번 영화에 대해 고경표는 "관객들이 어떻게 볼 지 부담이 크다"며 "마지막 편인만큼 좋은 잔상을 남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전했다.
코믹 이미지로 굳어지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는지 묻자 그는 "20대 초반의 다른 남자배우들이 하는 멋있는 역할은 아니지만 뭔가 다른 것을 하고 있다는 것이 좋다"며 "관객이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행복하고 웃음을 줄 수 있다면 이 한 몸 기꺼이 내던지고 싶다"며 웃음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원래 코믹 본능이 제 안에 있었어요. 어릴 때는 평범한 성격이었는데 제가 '무한도전' 광팬이거든요. 고 1,2학년 때 자아가 형성될 무렵 '무한도전'에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출연하는 분들이 너무 선량하고 착한데 웃음을 주는 게 너무 좋았거든요. 그래서 개그맨이 돼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희극연기를 한다고 연기를 시작했는데, 연기를 하면서 잘 한다는 소릴 좀 듣고 그러다 보니 연기가 재미있고, 그래서 배우가 됐죠. 전에는 참 인기없는 학생이었는데, 뭔가 잘 한다는 칭찬을 들으니 너무 좋았던거죠."
코믹 연기에 대한 애정이 확고한 고경표는 자신이 연기한 동성애 장면들 때문에 '게이'라는 연관 검색어가 붙은 것 같다며 "확실히 여자를 아주, 많이 좋아하는 보통 남자"라고 말했다. 사귀던 여자친구와는 결별했지만 자신의 성 정체성은 분명하다고 그는 힘 주어 강조했다.
"제 최종 목표는 '한국의 짐 캐리'에요. 여러가지 캐릭터를 잘 소화하는 배우가 되고 싶죠. 그리고 전 배우가 인생의 목표는 아니에요. 그냥 하는 일이 즐겁고 그래서 행복하게 인생을 살다 갔으면 좋겠어요. 배우 일이 만약 힘들어지거나 맞지 않는다는 확신이 들면 인간 고경표로 돌아가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볼거에요. 욕심 때문에 인생을 망치고 싶지는 않거든요. 행복하게 살면서 사람들에게도 웃음과 행복을 주는 그런 인생을 살고 싶어요."
영화 '하이힐'과 '명량'을 촬영 중인 고경표가 배우로서 어떤 변신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고경표의 종횡무진 활약을 엿볼 수 있는 올 첫 한국공포영화 '무서운 이야기2'는 5일 개봉한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