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잘 쳐도 너무 잘 친다. 지난해 리그 최악의 공격력에 그친 팀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올 시즌 9개 구단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두산이 중요한 순간 또 한 번 불같은 타격으로 귀중한 승리를 품에 안았다. 두산은 4일 잠실 LG전에서 시즌 2번째 선발전원안타 등 장단 17안타를 쏟아내며 9-7로 이겼다. 5월을 4연패 슬럼프로 마감한 두산은 6월 들어 3연승으로 신바람을 내고 있다
◆봇물터진 타선
경기 전까지 두산은 올 시즌 경기당 안타 9.9개와 볼넷 5개를 기록했다. 평균 5.6점을 올렸다. 모두 9개 구단 1위에 해당한다. 신생팀 NC(4.37)보다 뒤진 평균자책점(4.97, 8위)에도 불구하고 승률 5할을 넘긴 요인이었다. 투수진이 4점 이하로만 막아주면 승리할 가능성이 90% 이상이라는 얘기다. 타선이 6점 이상을 올릴 경우 투수진의 부담은 더욱 줄어든다. 이날 경기가 그랬다.
김진욱 두산 감독은 경기 전 "LG 선발 주키치가 최근 살아났다. 우리에겐 무척 중요한 시리즈여서 만만히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두산은 초반부터 봇물터진 타선을 앞세워 LG의 막판 추격을 뿌리치고 1승을 추가했다. 1회부터 4회까지 매 이닝 득점에 성공했다. 특히 4회에는 9명의 타자가 일순하며 집중 6안타로 4득점했다. 초반에 승기를 잡았다.
1회초 1사 뒤 민병헌의 중전안타에 이어 김현수가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선취타점을 올렸다. 2회 2사 1,2루에선 민병헌의 1루 강습 내야안타 때 상대 수비진의 실책으로 한 점을 추가했다.
3회 공격은 '집중타란 이런 것'이란 점을 보여준 교본이었다. 이번에도 2사 뒤 안타 행진이 이어졌다. 오재원, 허경민의 연속안타에 이은 양의지의 좌전안타로 1점, 후속 김재호는 우전 적시타로 1점, 박건우도 우전안타로 1점을 차곡차곡 올렸다. 후속 민병헌마저 좌전 적시타를 때려내면서 6점째를 올렸다. 6번 오재원부터 2번 민병헌까지 6명의 타자가 약속이나 한 듯 모두 단타로 주키치를 두들겼다.
두산의 '빗물 공세'에 꼼짝 못한 주키치는 결국 3회까지 공 104개를 던지는 악전고투 끝에 11안타 6실점(5자책)을 남기고 4회부터 임찬규와 교체됐다.
불붙은 두산 타선은 가만 있지 않았다. 4회 홍성흔이 가운데 펜스를 넘어가는 130m짜리 대형 솔로홈런을 쳐냈고, 7-3으로 앞선 7회에는 허경민, 김재호의 적시타로 2점을 추가했다. LG는 3-7로 뒤진 6회 이병규의 좌전 적시타, 4-9로 점수차가 벌어진 8회 오지환의 우월 솔로홈런과 정성훈의 내야땅볼로 2점을 따라붙었지만 초반 대량실점의 후유증을 극복하진 못했다.
◆'공포의 9번타자' 김재호
이날 양팀 통틀어 가장 많은 안타를 친 선수는 두산의 '수비형 유격수' 김재호였다. 2회 중전안타로 타격감을 조율한 그는 3회 우전 적시타로 1타점을 올렸고, 5회에는 중전안타를 쳐내더니 8-4로 추격당한 8회 좌전 적시타로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날 기록은 4타수 4안타 2타점.
주전 유격수 손시헌의 그늘에 가려 있던 김재호는 지난 1일 넥센전부터 주전으로 기용된 뒤 3경기 연속 안타 행진 중이다. 안정적인 수비에 최근에는 쏠쏠한 타격능력도 보여주며 점차 입지를 굳히고 있다. 지난 2004년 1차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한 그가 한 경기 4안타를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3안타 경기는 모두 4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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