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신기록보다 더 값지고 빛난 투혼이었다. 한화 이글스의 외국인 투수 데니 바티스타(33)가 개인 최다 137개의 공을 던지는 투혼으로 팀의 연패를 끊어냈다.
바티스타는 2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8이닝 4피안타(1홈런) 4볼넷 14탈삼진 1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한화는 바티스타의 역투에 힘입어 5-1로 승리, 4연패에서 벗어났다.
이날 바티스타가 잡아낸 14개의 탈삼진은 신기록이다. 역대 외국인 투수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 종전 신기록은 지난 2001년 SK 에르난데스와 KIA 레스, 그리고 지난해 자신이 기록한 13탈삼진이었다.
바티스타 개인적으로는 한 가지 기록을 더 세웠다. 바로 자신의 한 경기 최다 투구수. 종전 바티스타의 개인 최다 투구수는 지난 4월4일 대전 KIA전에서 기록한 120개였다. 이날은 당시에 비해 17개를 더 던졌다.
최근 국내 프로야구에서 선발투수들의 한계 투구수가 100개 내외로 인식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날 바티스타의 투구수는 과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한화 팀이나 바티스타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한화의 불펜에 믿고 맡길 투수가 없기 때문이다.
7회까지 이미 119개의 투구수를 기록하고 있던 바티스타는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8회까지만 막아낸다면 9회 1이닝 정도는 한화의 불펜으로도 해볼 만하다는 계산을 했던 것이다. 바티스타는 선두타자 김종호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했지만 모창민을 3루수 땅볼로 처리한 뒤 나성범에게 삼진을 뺏어내 탈삼진 신기록까지 수립했다.
이어지는 2사 2루에서 NC 4번타자 이호준과의 승부가 볼 만했다. 이호준은 무려 6차례 파울볼을 걷어내며 바티스타를 괴롭혔다. 하지만 바티스타는 결국 10구만에 3루수 땅볼로 이호준을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전광판 투구수를 표시하는 부분에는 137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한화는 4연패의 늪에 빠져 있었다. 특히 같은 '2약'으로 묶였던 NC를 상대로 앞선 2경기를 모두 내주며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어떻게든 연패를 끊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바티스타가 투혼의 137구를 뿌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탈삼진 신기록을 세운 것도 분명 멋진 일이다. 하지만 이날 바티스타의 투구가 빛났던 것은 팀을 위한 헌신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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