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수난의 5월은 지났다. 이제는 새로운 달, 6월이다. 싱그러운 초여름과 함께 두산 베어스도 반등을 꿈꾸고 있다. 일단 출발은 좋다. 전날인 1일 4연패 사슬을 끊은 두산은 2일 잠실 넥센전에서도 11-4로 이겼다. 5월 한 달 간 마음고생 심했던 김진욱 감독도 잠시 웃을 수 있게 됐다.
◆터지면 무섭다
올 시즌 두산을 지탱하고 있는 요인은 단연 타격이다. 1번부터 9번까지 웬만해선 피해갈 타자가 눈에 띄지 않는다. 특히 큰 것이 나오는 날엔 경기가 수월하게 풀린다. 이날이 그랬다. 홈런 2방으로 승부의 물줄기를 되돌려놨다. 0-3으로 뒤진 1회말 민병헌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만회한 뒤 2회말 윤석민이 좌월 투런홈런으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3회에는 선두 박건우가 중전안타로 살아나가자 후속 민병헌이 좌측 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역전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두산은 뒤이어 홍성흔의 우중간 2루타과 윤석민의 내야안타로 잡은 1사 1,3루에서 오재원이 중견수 뒤 펜스까지 굴러가는 3루타를 쳐내 추가 2득점했다. 3회가 끝나니 전광판의 R(득점) 칸은 7-3으로 바뀌었다. 김재호의 적시타로 얻은 5회 1점, 집중타로 얻은 8회 3득점은 보너스였다.
경기 전까지 두산은 팀홈런(30개) 3위에 올랐다. 1위 넥센과 2위 SK가 각각 타자에게 유리한 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성적이다. 팀득점(251점) 단독 선두를 달리는 큰 요인이다. 힘들었던 5월에도 9개 구단 가운데 팀타율(0.291) 1위는 두산이었다.
◆'허허실실' 유희관
"가운데로 들어가는 공이 없어요. 철저하게 안쪽과 바깥쪽 코너워크에요. 왼손타자 몸쪽 직구에 바깥쪽 체인지업은 일품이지요." 경기 전 염경엽 넥센 감독은 두산 선발 유희관을 칭찬했다. 탁월한 제구가 밑바탕이 된 투구는 좀처럼 공략이 쉽지 않다는 의미였다. 이날 유희관은 '허허실실 투'의 진수를 또 한 번 보여줬다. 1회초 집중 4안타로 3실점할 때만 해도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됐다.
그러나 2회부터 그는 다른 투수로 변했다. 김민성-유한준-허도환으로 이어진 상대 하위타선을 손쉽게 맞혀잡더니 마운드를 지킨 7회까지 더 이상 점수를 주지 않았다.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3회 1사 뒤 서건창을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허를 찌르는 1루 견제로 횡사시켰다. 볼넷과 몸맞는 공으로 1사 1,2루에 몰린 4회에는 김민성을 1루수 직선타에 이은 병살타로 연결해 눈 깜짝할 사이에 수비를 끝냈다.
이날도 130㎞ 초중반대의 직구를 자유자재로 코너로 꽂았다. 선발 등판을 거듭하면서 마운드 운영에도 요령이 생긴 모습이다. 이날 기록은 7이닝 112구 5안타 3실점.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와 함께 개인 최다 이닝, 최다 투구수를 한꺼번에 기록한 유희관은 시즌 3승째(1패1세이브)도 챙겼다. 시즌 3차례 선발에서 매번 5이닝을 넘기며 '선발 체질'로 순탄히 변신하고 있다.
◆6월 반등 가능할까
3∼4월 13승7패1무를 기록한 두산은 5월 한 달간 고작 승률 3할7푼5리(9승15패)를 올리는 데 그쳤다. 월간 순위도 한화와 함께 공동 꼴찌였다. 상당 기간 4위 안에서 머물다 5위로 추락한 원인이었다. 일단 6월 들어 분위기는 좋다. 주말 홈 3연전의 마지막 2경기, 그것도 단독 선두 넥센을 상대로 승리했다. 5월 10∼12일 잠실 NC 3연전서 2승1패를 기록한 뒤 오랜만에 맛보는 시리즈 승리였다.
아직 불안하지만 서서히 시스템도 구축되고 있다. 김 감독은 "'노경은-니퍼트-김선우-올슨-유희관'으로 구성된 현 선발로테이션을 계속 끌고 갈 것"이라고 했다.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불펜도 홍상삼과 정재훈이 안정적인 투구를 펼치고 있다. 2군에서 올라온 '파이어볼러' 김강률도 가세했다. 지난 겨울 팔꿈치 수술을 받은 이용찬도 2군에서 공을 던지며 컨디션을 가다듬고 있다.
5월 한 달간 워낙 투수진이 침체했기에 더 나빠질 일도 없다는 게 내부 분위기다. 김 감독은 "6월에는 이제 달라져야 하지 않겠느냐"며 기대했다. 속단은 금물이지만 일단 발걸음이 가벼워진 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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