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혜림기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애프터 어스'는 아버지 윌 스미스 못지 않게 재능 넘치는 아들 제이든 스미스의 활약이 돋보인 가족 성장 드라마였다.
29일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할리우드 톱스타 윌 스미스와 제이든 스미스 부자(父子)가 주연을 맡은 블록버스터 '애프터 어스'가 언론·배급 시사로 첫 공개됐다.
'애프터 어스'는 3072년, 인류에게 버림받아 황폐해진 지구에 불시착한 아버지와 아들을 주인공으로 한다. 영화에서 이들은 인류를 공격하도록 진화된 생명체들에 맞서 생존이 걸린 극한의 대결을 펼친다. 극 중 윌 스미스는 지난 7일 제이든 스미스와 함께 내한해 예고한 대로 현실과는 180도 다른 엄격한 아버지로 분했다.
용맹한 장군 사이퍼 레이지(윌 스미스 분)는 아들 키타이 레이지(제이든 스미스 분)에게 한없이 냉정하고 이성적인 아버지다. 장군으로서 정체성이 확고할 뿐 아니라 아들에게도 늘상 절도있고 깍듯한 일상을 요구하는 그는 사고로 부상을 당한 뒤 황폐해진 지구에 불시착한다. 아버지 사이퍼 레이지를 구하기 위해선 아들인 키타이가 직접 위험천만한 지구의 야생을 모험해야만 하는 상황.
원격으로 아들의 시야를 감시하며 지령을 내리던 그는 진통제의 부작용과 인공 혈관의 오작동으로 정신을 잃고, 사이퍼는 홀로 정글과 벌판을 누비며 낯선 적들과 고군분투한다. 부대를 호령하던 사이퍼 역시 죽음의 위기에선 아들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보통 아버지의 모습을 드러낸다.
베일을 벗은 영화는 정서적으로 반목했던 아버지와 아들의 화해기를 연상시킨다. 블록버스터라는 포장에 잘 싸여진 가족 성장 드라마라는 인상이다. 가슴 아픈 가족사를 공유한 아버지와 아들이 생사의 기로에 함께 서서 각자의 한계를 극복하는 이야기다.
'애프터 어스'는 할리우드 톱스타 윌 스미스보다는 그의 아들 제이든 스미스의 영화로 분류될 법하다. 두 다리가 부러진 채 내내 아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는 사이퍼와 달리, 키타이는 온몸으로 낯선 환경에 부딪히며 깨닫고 성장해간다. 괴생물체 얼사의 공격은 물론, 원초적 환경의 지구에서 만난 거친 동물들과도 숨가쁜 액션을 펼친다.
위험천만한 절벽 끝에 선 키타이가 아버지를 향해 쌓아둔 원망을 쏟아내는 장면은 액션 뿐 아니라 감정 연기에도 물이 오른 제이든 스미스의 재능을 확인케 한다. 가슴 찡한 가족 드라마의 엔딩을 택한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아버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고요함 속에도 허망함과 안도감, 흥분을 모두 담고 있다.
윌 스미스와 제이든 스미스는 지난 2006년 영화 '행복을 찾아서' 이후 7년 만에 연기 호흡을 맞췄다. 이후 제이든 스미스는 '지구가 멈추는 날' '베스트 키드' 등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윌과 제이든 부자는 '행복을 찾아서'에 동반 출연한 당시 박스오피스 1위는 물론, 미국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등 다수의 시상식에 노미네이트돼 11개의 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애프터 어스'는 강력한 시너지를 입증한 아버지와 아들이 다시 뭉쳤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를 모았던 영화다.
영화의 아이디어는 윌 스미스와 제이든 스미스의 평범한 대화에서 출발했다. 아버지와 함께 하는 작업에 꾸준한 관심을 갖고 있던 제이든 스미스는 부자를 주인공으로 한 전쟁 영화에 대한 생각을 내놨다. 이 초안이 미지 세계를 여행하는 부자의 이야기로, 또 1천 년 후 미래로 떠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윌 스미스는 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미국 최고 권위의 만화상인 아이즈너상을 수상한 작가 피터 레이빗과 마이클 잰 프리드먼, 로버트 그린버거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 결과 300페이지에 달하는 내용이 정리돼 영화 '애프터 어스'로 태어났다.
'애프터 어스'의 주요 무대는 두 공간으로 나뉜다. 인류에게 버려진 지구와 인류가 선택한 새로운 행성 노바 프라임이다. 21세기부터 급속한 자연 변화가 시작돼 더 이상 인류가 지구에서 살 수 없게 된 상황이 영화의 콘셉트다.
그런 만큼 극 중 지구는 완전히 자연으로 돌아간 듯한 원초적 이미지로 그려졌다. 극 중 지구는 경이로울 정도로 아름답지만 공포와 두려움 역시 존재하는 모험의 공간이다.
'애프터 어스'는 '식스 센스'의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윌 스미스가 스토리에 참여하고 게리 위타가 각본을 썼다. 칼립 핀켓, 제이다 핀켓 스미스 & 윌 스미스, 제임스 라시터,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제작에 참여했다. 오는 30일, 12세 관람가로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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