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생각을 바꾸니 야구가 달라졌다. 어느덧 프로 데뷔 10년차가 된 김주형(KIA)은 "나도 때가 됐다"면서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고 도약대에 서 있음을 알렸다.
김주형이 고민 끝 얻은 결론은 "즐기자"는 것이었다. "나라고 못하고 싶었겠나. 그런데 아무리 해도 안 됐다. 복잡했던 마음을 그냥 놔버렸다. 지금은 편하다."
김주형의 방망이가 심상치 않다. 시즌 첫 출장이던 23일 한화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때리며 '큰일'을 낸 김주형은 이후 4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6일에는 0-1로 뒤지던 4회말 역전타를 때리며 팀의 연패를 끊었다.
타격폼 수정으로 정확성 높였다
2004년 KIA에 1차 지명돼 입단한 거포 유망주. 그러나 성적은 항상 기대를 밑돌았다. 프로 통산 타율은 2할이었다. 힘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지만, 정확도가 떨어졌다.
올 시즌 개막 엔트리에서도 제외됐던 김주형은 2군에서 몸과 마음을 가다듬었다. 일단 자세 교정부터 했다. 다리를 들고 치던 폼에서 무게 중심을 아래에 두고 다리 움직임을 줄이는 쪽으로 바꿨다. 장타 욕심 대신 공을 중심에 맞히는 것부터 시작하자는 생각이었다.
한대화 감독 등 2군 코칭스태프가 "힘은 좋은 선수다. 정확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며 조언을 해준 데서 시작된 변화였다. 김주형은 "지금은 다리를 살짝만 들거나, 딛고 친다. 그러다 보니 선구안도 좋아지고, 정확성도 높아졌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부담도 버렸다. "매년 조급했다. '올해는 잘해야 하는데'하는 부담이 컸다. 올해 시작을 2군에서 맞았다. 현실을 냉정하게 돌아보게 됐다. '어차피 2군 선수니까' 하는 극단적인 생각을 했다. 그리고 즐기자는 마음으로 1군에 왔다. 못하면 다시 끌어올리면 된다. 2군에 있어도 야구를 그만두는 것은 아니지 않나."
그는 "예전에는 결과부터 생각했다. '못하면 어떡하지'하는 걱정도 많았다. 이제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주어진 상황, 한 타석에만 집중하니 오히려 결과가 좋았다"며 웃었다.
"프로 10년차, 나도 터질 때"
뒤늦게 빛을 본 선수는 동료에게도 희망을 준다. 김주형은 "이제 프로 10년차다. '올해는 나도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노경은(두산)도 10년차에 터지지 않았나. 희망 덕분인지 의욕이 있었다. 꾸준히 2군 경기에 나가면서 타격감을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노경은은 지난해 12승(6패)을 올리며 두산 마운드의 기둥으로 거듭나 '인생 역전'을 일궈냈다.
김주형이 두각을 나타낸 시기도 적절하다. 김주찬과 신종길이 부상으로 제외됐고, KIA 타선은 전체적으로 내림세를 탔다. 위기 상황에서 김주형이 나타났고, KIA는 최근 4경기에서 2승 2패를 기록했다. 김주형은 연타석 홈런과 역전타로 팀의 2승을 이끌었다. 그는 "아직 4경기에 불과하지만, 기분은 좋다. 내 활약으로 팀이 승리하니 자신감도 붙었다"며 기뻐했다.
목표는 하나다. "시즌 끝날 때까지 꾸준히 활약을 이어가는 것"이다. 김주형은 "안된다고 좌절하지 않겠다. 편하게 생각하겠다. 나는 백업이다. 팀이 필요할 때 제대로 내 역할을 해내는 선수가 되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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