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10년을 준비한 독일 분데스리가의 역습이 대성공을 거뒀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이 26일 새벽(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201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2-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뮌헨의 통산 다섯 번째이자 2000~2001 시즌 이후 12년 만의 우승이다.
공교롭게도 2000~2001 시즌 뮌헨의 우승을 끝으로 분데스리가는 오랫동안 정상에 서지 못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우수 선수를 수집하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가 현란한 패싱 축구를 앞세워 유럽 정상을 맛보는 사이, 분데스리가는 피지컬 위주의 선굵고 투박한 축구를 고집하다 유럽 축구의 흐름에서 고립을 자초했다.
이 때문에 12년 만에 분데스리가 클럽끼리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갖게 된 것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 양 팀의 경기는 '데어 클라시커'라 불릴 정도로 분데스리가 최강의 라이벌전이다. 지난 시즌에 도르트문트, 올 시즌엔 뮌헨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을 정도로 분데스리가의 흐름을 두 팀이 주도한다.
양 팀이 이번 챔피언스리그에서 보여준 행보는 더욱 놀랍다. 4강전에서 뮌헨은 FC바르셀로나, 도르트문트는 레알 마드리드를 꺾었다. 프리메라리가를 넘어 유럽 최고라 자부해온 클럽들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준결승 승리의 의미는 남달랐다.
대부분의 축구팬들이 FC바르셀로나-레알 마드리드의 '엘 클라시코'가 결승전에서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을 했지만, 이를 비웃듯 두 팀은 강인한 체력과 압박에 기반을 둔 축구로 스페인 팀들을 압도했다. 특히 상대의 자랑거리였던 패싱 축구를 적절히 차단한 데서 준비된 정상팀의 면모를 보여줬다. 뮌헨과 도르트문트는 페널티지역 안까지 짧은 패스를 앞세워 밀고들어와 마무리 슈팅을 하는 바르사와 레알의 특징을 지워버렸다.
역습 상황에서는 전방 공격수들이 체격적인 장점 외에도 개인기로 상대를 무너뜨리는 모습도 자주 보여줬다. 지난 10년 간 유소년을 키우고 세밀한 전술과 개인기에 집중하며 기술 향상에 열을 올렸던 독일 축구가 세계 축구의 중심으로 다가섰음을 충분히 엿볼 수 있게 했다.
결승전만 봐도 이런 독일 축구의 특장점이 잘 드러났다. 뮌헨의 승부수는 한 박자 빠른 움직임이었다.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와 토마스 뮐러가 12㎞씩 뛰며 공간 싸움을 펼친 사이 아르연 로번과 프랑크 리베리의 역습이 도르트문트를 흔들었다. 마리오 만주키치와 로번의 골은 모두 깔끔한 역습에서 나왔다.
도르트문트도 쉼없이 뛰며 뮌헨의 공세를 차단했다. 부상으로 빠진 마리오 괴체가 있었다면 좀 더 섬세한 축구를 보여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의 부재를 상쇄할 수 있는 것은 활동량이었다. 수비수 마르셀 슈멜처는 양팀에서 가장 많은 13.4㎞를 뛰었다. 중앙 미드필더 마르코 로이스도 13.1㎞를 소화하며 뮌헨의 공격 봉쇄에 집중했다. 후반 44분 로번의 결승골이 터질 때까지 승부를 쉽게 예측하기 힘든 것도 두 팀 모두 엄청난 활동량으로 기세 대결을 펼쳤기 때문이었다.
다음 시즌 양 팀은 더욱 세밀한 축구로 빠져들 전망이다. 도르트문트는 괴체가 뮌헨으로 이적하고 레반도프스키도 빅클럽의 표적으로 떠오르면서 전력 약화가 예상되지만 위르겐 클롭 감독의 세밀함을 강조하는 지도력은 계속 좋은 흐름을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뮌헨은 바르셀로나의 전성기를 연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부임한다. 기존 멤버들이 그대로 남는 분위기여서 과르디올라 감독이 뮌헨에 세밀한 축구를 녹이게 될 경우 또 다른 스타일의 전술을 창조할 수 있다.
독일 축구의 새로운 전성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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