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솔직히 말하면 재정적으로 여유가 없다."
추신수(31)의 맹활약을 바라보는 소속팀 신시내티 레즈의 속내가 복잡하다. 애타게 찾던 정상급 1번타자를 드디어 확보했다는 기쁨과 함께 시즌 뒤 붙잡을 수 있을지 불안해하는 시각이 공존한다.
월트 자케티 신시내티 단장은 24일(한국시간) MLB닷컴과 인터뷰에서 "우리팀 연봉총액엔 그다지 여유가 없다. 이 점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고 솔직히 밝혔다.
추신수는 올 시즌 타율 3할 9홈런 19타점을 기록했다. 출루율 4할4푼9리에 장타율 5할3푼5리를 마크했다. 홈런타자가 즐비한 신시내티 팀내 홈런 1위에 내셔널리그 전체에서 출루율 2위다. 요즘같은 활약이라면 개인 첫 올스타 선발도 유력하다. 단순 계산이지만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추신수는 31홈런과 65타점, 128득점으로 올 시즌을 마칠 수 있다.
미국 주요 언론은 추신수가 시즌 뒤 총액 1억달러 계약이 유력하다는 전망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추신수의 통산 출루율 3할8푼6리는 현역 선수 중 9위에 해당한다. 추신수보다 위에 있는 8명 가운데 한 명을 제외한 전원이 총액 1억 달러 계약을 경험했다. 유일한 예외인 랜스 버크먼도 9시즌 동안 4팀에서 합계 1억1천6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신시내티의 고민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추신수를 붙잡고는 싶은데 돈이 문제다. 추신수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계약기간 5∼6년에 최소 1억달러를 줘야 한다. 오하이오 남부에 위치한 신시내티는 시장이 그리 크지 않다. 중부지역에선 나름 규모가 있는 도시이지만 뉴욕이나 LA, 시카고 같은 대도시와 견줄 정도는 아니다.
자케티 단장은 "(다른 팀과의 경쟁에 대해) 언급하기도 싫을 정도"라며 "마이너리그 유망주 빌리 해밀턴이 성장할 동안 시간을 벌기 위해 추신수를 영입했지만 그와 장기계약을 할 수 있다면 당연히 그럴 것이다. 문제는 돈이다. 내년 예산과 예상 매출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신시내티는 추신수 외에 제이 브루스와 자니 쿠에토 같은 기존 선수들의 연봉도 점점 상승하는 추세다. 올 시즌 연봉총액 1억600만달러는 이미 구단 역대 최고 기록이다.
다만 투수 브론손 아로요와 3년 3천500만달러 계약이 올해로 끝난다. 올해 1천900만달러를 받는 주축타자 조이 보토는 내년 연봉이 1천200만달러로 낮아진다. 지난해 10년 2억2천500만달러에 신시내티와 재계약한 보토는 계약기간 초기에는 적게 받다가 뒤로 갈수록 많이 받기로 합의했다. 신시내티로선 연봉총액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이게 된다.
하지만 돈싸움이 벌어질 경우 '빅마켓' 구단들과 경쟁할 정도는 아니다. 이미 뉴욕 메츠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외야수 보강이 필요한 여러 구단이 시즌 뒤 추신수 영입전에 뛰어들 전망이다.
신시내티는 한 가지 확실한 비교 우위를 가지고 있다. 메이저리그 진출 후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서 뛰어보지 못한 추신수는 '이길 수 있는 팀'에서 뛰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하다. 24일 현재 승률 6할1푼7리(29승18패)로 내셔널리그 전체에서 공동 2위를 기록 중인 신시내티는 올 시즌 플레이오프진출이 유력하다. 기존 전력에 큰 누수가 없을 경우 내년 이후에도 상당 기간 강호로 군림할 전망이다. '조건이 같다면' 신시내티 잔류를 추신수가 거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추신수는 신중하다. 그는 "(FA까지는) 아직 4개월이나 남았다. 매 타석, 다음 공에만 집중한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며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이게 전부"라고 말했다.
신시내티가 추신수를 꼭 붙잡아야 할 이유도 생겼다. 기대했던 유망주 해밀턴의 마이너리그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더블A 펜사콜라에서 출루율 4할6리와 51도루를 기록한 해밀턴은 트리플A 루이빌로 올라선 올해 출루율이 3할3리로 급전직하했다. 이 상태라면 빅리그 진출은 요원하다. 추신수마저 시즌 뒤 떠날 경우 내년 시즌 신시내티는 또 한 번 1번타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게 된다.
자케티 단장은 "우리가 원했던 목표(월드시리즈 우승)만 이루면 추신수를 잃더라도 지난 겨울 실시한 3각 트레이드는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일 것"이라고 했다. 시즌이 깊어질수록 신시내티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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