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롯데 자이언츠 투수 이명우는 이른바 '5분 대기조'다. 선발 투수가 물러날 때쯤이면 그는 어김없이 불펜에서 몸을 푼다. 중간계투요원인 그는 불펜에서 항상 대기하고 있다가 벤치의 콜이 떨어지면 씩씩하게 마운드에 올라 공을 뿌린다.
이명우는 지난 시즌 롯데 투수들 중에서 가장 많은 74경기에 나왔다. 김성배, 최대성, 강영식과 함께 양승호 전 감독이 구사하던 '양떼 불펜'의 한 축을 맡았다. 그의 이런 역할은 김시진 감독으로 사령탑이 바뀐 올 시즌에도 변함없다.
이명우는 지금까지 팀이 치른 37경기 가운데 24경기에 등판했다. 역시나 롯데 투수들 중에서 가장 많은 출전 횟수다. 이명우는 "짧게 던지기 때문에 괜찮다"며 "출전 경기 수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많은 경기에 나가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좌완인 그는 좌타자 상대 스페셜리스트로 여러모로 쓰임새가 많다.
올 시즌 이명우가 거둔 성적은 1승 2패 4홀드다. 팀의 자랑거리였던 불펜 투수들의 성적이 기대에 조금 모자란 가운데 이명우만 유일하게 2점대 평균자책점(2.89)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시즌과 견줘 제구력이 조금 흔들린다는 지적도 있다.
그는 "제구가 잘 안잡히는 건 아니다"라며 "아마 구속이 지난해에 비해 조금 늘어나서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고 했다. 이명우는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일찍 전력 투구를 했다. 그는 "정민태 투수코치가 좀 더 세게 던지라고 했다"며 "그래서 시즌 초반부터 그렇게 하고 있다"고 했다.
이명우는 20002년 프로 데뷔 후 지금까지 부상으로 세 차례나 수술을 받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젠 더이상 빠른 공을 던지는 좌투수는 아니다.
이명우는 중간계투가 아닌 선발투수로 뛴 적이 있다. 2004년 9월 22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더블헤더 2차전에선 자신이 프로에서 기록한 유일한 완봉승을 거두기도 했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팀을 맡고 있던 2010시즌에는 당당히 선발로테이션 한 자리를 꿰찼다. 그러나 그 해가 선발로 뛴 마지막 시즌이 됐다.
이명우는 "5월 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이었다"고 마지막 선발 등판했던 경기를 기억했다. 당시 선발로 나선 그는 1이닝을 버티지 못하고 강판됐다. 28구를 던지는 동안 홈런 1개를 포함해 7피안타 6실점(6자책점)으로 뭇매를 맞았다. 공을 던지던 도중 팔꿈치에 심한 통증이 찾아와 제대로 된 투구가 힘들었다. 이 경기가 2010년 마지막 등판이 됐다.
이명우는 "그래서 지금도 어린이날이 싫다"며 웃었다. 수술과 재활을 거친 이명우는 보직을 바꿨다. 구속은 예전과 견줘 떨어졌지만 새로운 자리에서 제역할을 했다. 힘든 과정을 겪었지만 그를 버티게 한 건 긍정적인 사고였다.
늘 웃는 인상이라 오해도 많이 받았다. 이명우는 "고등학교(부산공고) 때는 감독님에게 많이 혼나기도 했다"면서 "팀이 졌는데 왜 매번 싱글거리냐고 그러셨다. 내 인상이 선해 보여서 그런 것 같다"고 껄껄 웃었다.
올해 팀에 대한 생각을 어떨까. 이명우는 "(마운드가)지난해와 견줘 불안하다고 주변에서 얘기를 많이 하는 걸 알고 있다"면서 "분명히 좋아질 거라고 믿는다. 날씨가 좀 더 더워지고 나면 선발로 나오고 있는 송승준 형이나 불펜에서 뛰고 있는 정대현, 김사율 형 등이 모두 컨디션을 회복하고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명우는 롯데 불펜에서 든든한 버팀목 노릇을 해야 한다. 현재 마무리를 맡고 있는 김성배가 지난 19일 문학 SK전에서 9회 마운드에 올랐다가 타구를 잡기 위해 수비하던 과정에서 허리를 다쳤다. 이때문에 이명우를 포함한 롯데 불펜진에 부담감이 커지게 됐다.
이명우는 "홀드 몇 개를 올리겠다는 목표는 없다"며 "팀이 이길 수 있게 최대한 도와주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특유의 미소와 함께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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