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1승뿐만이 아니다. SK의 10점 차 극적인 역전승의 수확이 적지 않다.
"나는 행복한 감독이다." 9일 문학 두산전을 앞두고 만난 이만수 SK 감독의 표정에 전날의 희열이 남아 있었다. 이 감독과 SK 선수들을 취재하기 위해 몰린 취재 카메라도 여러 대였다.
SK는 8일 문학 두산전에서 13-12로 9회말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4회까지 1-11로 끌려갔으나 이후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 믿기지 않는 역전승을 일궈냈다. 9점 차를 뒤집은 역전승은 두 차례 있었으나 10점 차를 뒤집은 경기는 국내 프로야구 사상 처음이다.
이만수 감독은 "1회에 9점을 내주는 바람에 솔직히 '멘붕'됐다. 점수 차가 워낙 커 다음 경기를 위해 주전 선수들에게는 휴식을 줬다. 또 벤치에 앉아있는 선수들에게 기회도 줘야 했다. 그런데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자기 기량을 펼치더라. 지금 아니면 보여줄 수 없다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나는 선수를 잘 만났다. 선수들 덕분에 우리가 한국 야구 역사를 다시 썼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 결과뿐 아니다. 이 감독은 덕아웃 분위기에 두 번 놀랐다. "교체된 주전 선수들이 그렇게 소리 지르며 파이팅을 외치는 것을 처음 봤다. 주장 정근우부터 조인성, 김상현 등이 후배들을 위해 열심히 응원했다. 온 지 이틀밖에 안 된 김상현도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더라."
이날 끝내기 안타를 친 김성현은 경기 후 "최정 형이 무조건 초구를 노리라고 조언해줬다. 운 좋게 초구가 눈에 잘 들어왔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이 감독은 "내가 (김)성현이에게 초구를 치라고 했다면 분명히 부담이 됐을 거다. 선수가 선수에게 이야기하는 게 가장 좋다.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잘하고 있다는 것에 무척 흐뭇했다"며 "나는 행복한 감독"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박재상(3안타 3득점), 김강민(2안타 1득점) 등 부진했던 기존 선수들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인 것도 눈에 띄었다. 박재상은 사이클링 히트에 2루타 하나가 모자란 기록이었다. 이 감독은 "박재상이 큰 공을 세웠다. 어제 승리는 박재상이 3안타를 친 덕분이다"라며 "기존 선수들이 (제 몫을) 해주면 우리 팀은 쉽게 올라갈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SK는 이날 승리로 4연승을 거두며 4위 두산을 2경기 차로 추격했다. SK는 기세를 몰아 9일 선발 레이예스를 앞세워 두산전 스윕에 도전한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