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전북 현대의 이승기가 골을 넣었지만 환하게 웃지 못했다. K리그판 '가린샤 클럽'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가린샤 클럽'이란 월드컵 본선에서 골을 넣은 후 퇴장을 당한 브라질의 가린샤 선수에게서 유래된 말이다. 물론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이런 일들은 각국 프로축구 리그에서도 종종 일어나고 K리그에서도 가끔씩 벌어진다.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K리그 클래식 10라운드 전북 현대와 FC서울의 경기. 이 경기에서 K리그판 '가린샤 클럽' 주인공이 등장했다. 바로 전북의 이승기였다.
이승기는 0-0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던 후반 7분 강렬한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아크 왼쪽에서 에닝요의 패스를 받은 이승기는 서울 수비수 한 명을 완벽히 제친 후 오른발 슈팅을 때렸다. 공은 서울 골대 왼쪽 구석을 갈랐다.
하지만 이후 곧바로 선제골 주인공 이승기가 사라졌다. 이승기는 그라운드를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다. 퇴장을 당했기 때문이다. 이승기의 골 세리머니가 문제였다. 이미 경고 1장을 받고 있던 이승기. 그런데 골을 넣은 후 세리머니로 유니폼 상의를 끌어올려 머리를 덮었다. 이는 규정상 금지된 세리머니였고, 이런 행동을 하면 경고를 받게 된다.
이승기는 이 골 세리머니로 인해 경고를 받았고, 이미 받은 경고가 있었기에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했다. 이미 경고를 받은 것을 잊어버렸거나 그런 행동이 경고를 받을지 몰랐던 것이다. 전북의 구단 관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승기는 선제골을 넣은 후 마음껏 환호하지 못한 채 경기장을 빠져나가야만 했다.
이승기의 퇴장으로 전북은 수적 열세에 놓이게 됐다. 특히나 전북은 지난 주중 중국 원정으로 체력적으로 부담이 있던 터라 이승기 퇴장 후 더욱 힘든 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전북은 서울의 파상공세에 고전해야 했다. 이승기는 골의 기쁨을 주체하지 못해 팀에 큰 피해를 준 셈이다.
그래도 전북은 투지와 정신력으로 버텨 이승기의 선제골로 잡은 리드를 끝까지 지켜냈다. 전북은 1-0으로 승리하며 서울전 7경기 연속 무승 행진(3무4패)을 끊었다. 전북은 8경기 만에 서울을 상대로 승점 3점을 얻었다.
이승기의 퇴장, 수적 열세, 체력적인 부담감에도 승리한 전북. 정신력과 승리에 대한 의지, 그리고 우승 후보다운 저력이 빛났던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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