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포항 스틸러스가 조예선 마지막 경기에 올인해야 할 상황이 만들어졌다.
포항은 23일 중국 베이징 노동자 경기장에서 열린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G조 조별리그 5차전에서 베이징 궈안(중국, 승점 8점)에 0-2로 패했다.
1승3무1패, 승점 6점이 된 포항은 3위로 미끄러졌고 베이징은 승점 8점으로 2위로 올라섰다. 포항으로서는 그나마 다행인 것이 같은 날 분요드코르(우즈베키스탄, 9점)가 산프레체 히로시마(일본, 2점)와 0-0으로 비긴 것. 포항은 마지막 경기 분요드코르전에서 16강 진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
포항은 분요드코르 원정에서 2-2로 비겼다. 분요드코르와 홈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 포항으로서는 무조건 이기면 베이징-히로시마전 결과에 상관없이 최소 2위를 확보하며 자력 16강행을 확정한다. 그러나 분요드코르는 고비마다 포항을 울렸던 기억이 있어 쉽게 볼 수 없는 상대다.
포항이 확실한 승리를 하기 위해서는 명암이 뚜렸한 공격력이 보다 탄탄하게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 황선홍 감독은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을 보내는 것을 인정하면서 국내 선수들로만 경기를 치르고 있다.
하지만, 황 감독과 선수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포항은 올 시즌 선수단 규모가 축소돼 32명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중 공격수는 11명이다. 그런데 유망주 5명을 빼면 나머지 6명이 중앙과 측면 공격을 맡아서 뛰어야 한다. 백업 자원이 부족하니 꺼낼 수 있는 카드는 한정되어 있는데 K리그 클래식과 ACL을 병행하느라 힘겨운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다른 포지션도 마찬가지다. 수비나 미드필더도 주전, 백업이 각각 1명 정도에 불과하다. 후반 30분만 지나면 선수들의 체력 저하가 보인다. 상대가 전력 분석을 하고 대처하기 쉬운 이유다. '선 수비 후 역습'의 공식으로 포항을 상대하는 것이 영리한 선택임을 어떤 팀이라도 안다. 외국인 선수 영입이 간절할 수밖에 없다. 굳이 외국인이 아니더라도 국내 정상급 선수라도 영입할 필요성이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만약, 포항이 ACL에서 탈락하게 된다면 구단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모기업 포스코의 경영실적 악화로 구단 운영 자금이 줄면서 외국인 선수 영입이 어렵다는 것이 포항 구단의 설명이다. ACL 우승을 목표로 자신감을 보였던 황 감독도 없는 자원으로 시즌을 치르다보니 우승 꿈을 내려놓고 무념무상으로 토너먼트를 향해 달리고 있다.
구단 경영진은 올 시즌 포항에는 외국인 선수가 없을 것임을 강조했다. 황 감독이 원하더라도 비싼 선수는 데려오기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유스시스템에서 배출된 좋은 선수들이 얼마든지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포항에는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부지기수다. 전술 등 시스템을 이해한다고 해도 경험이 없으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구단이 감독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포항이 맞이하고 있는 위기는 예고된 것인지도 모른다.
포항은 27일 전북 현대와 리그 9라운드 원정을 치르고 30일 홈에서 분요드코르와 ACL 조예선 마지막 일전을 갖는다. 모두 놓치기 어려운 경기다. 이미 사나흘 간격으로 경기를 치러 지친 포항이다. 얼마나 정신력을 발휘해 견뎌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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