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현역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시작한 박재홍 MBC 스포츠 플러스 야구해설위원이 까마득한 후배의 부상에 추억(?) 한 조각을 꺼내들었다.
박 위원은 지난 21일 NC 다이노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린 목동구장을 찾았다. NC 김경문 감독과 마주한 박 위원은 NC의 주포 나성범의 안부를 물었다. 나성범은 현재 오른손 유구골 골절 수술로 재활 중에 있다.
나성범의 부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박 위원의 설명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마치 의사의 설명처럼 자세했다. 박 위원 자신도 현역 시절 똑같은 부위에 부상을 당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도 "당사자한테 들으니 이해가 잘 된다"며 웃음을 보였다.
유구골이란 손목을 구성하고 있는 작은 뼈들 가운데 유일하게 갈고리 형태로 돌출돼 있는 뼈다. 야구, 골프 선수들처럼 스윙을 많이 하면 방망이 또는 골프채 끝과 손바닥이 마찰을 하면서 골절이 일어날 수 있다. 오른손 타자의 경우 왼손에, 왼손 타자의 경우 오른손에 골절이 발생한다.
박재홍 위원은 먼저 "힘 있는 타자들한테 주로 일어난다. 힘 없는 타자들은 당하지 않는 부상"이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 말대로 KIA의 김상현, SK 이재원, NC 나성범 등 펀치력을 갖춘 선수들이 주로 이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박 위원 역시 현역 시절 타격의 힘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선수였다.
이어 박 위원은 자신의 부상 시기를 설명하며 "KIA에서 태업 논란 있을 때였다"며 "아파도 수술도 못하고 테이핑을 하고 경기를 뛰었는데 성적이 안 좋으니 태업이라고 하더라"고 과거 자신을 향하던 비난에 대한 억울했던 심정을 드러냈다.
현대에서 뛰던 박 위원은 2003년 정성훈+10억원의 반대급부로 KIA로 트레이드 됐다. 이적 첫 해였던 2003년에는 타율 3할1리 19홈런 66타점으로 이름값을 해냈다. 그러나 2004년에는 73경기에만 출전하며 타율 2할5푼3리 7홈런 29타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당시 팬들은 박 위원을 향해 '태업을 한다'며 비난의 화살을 쏘아댔다.
부상 때문에 제대로 뛸 수 없었다는 것이 박 위원의 설명이다. 박 위원은 "내 경우에는 병원에서 2개월 정도면 된다고 했는데 3개월은 쉬어야 할 것 같다"며 "타자들은 손가락 감각이 예민하지 않나. 스윙에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 완벽히 재활을 끝내고 복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자신의 과거에 대한 변론이자, 후배 나성범에게 전하는 당부의 말이었다.
박 위원의 말에 김 감독이 "허허. 은퇴하니까 '이제는 말 할 수 있다'인가?"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박 위원은 "저는 그 때도 말할 수 있었습니다. 성격상 그런 말(변명)을 하는 게 싫었을 뿐입니다"라고 특유의 당당한 말투로 대답했다.
태업 의혹을 받았던 박 위원은 2004년을 끝으로 다시 김희걸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SK 유니폼을 입는다. 이후 SK에서 지난해까지 활약하며 '300(홈런)-250(도루) 클럽'이라는 전인미답의 고지를 밟았다. 통산 300도루에 33개를 남겨 놓고 은퇴한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박 위원은 호타준족의 대명사에서 미련없이 현역 유니폼을 벗고 해설위원으로서의 새로운 길을 시작했다. 현역 시절 자신을 따라붙던 민감한 이야기에 대해서도 조금은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박재홍 위원의 은퇴를 새삼 실감나게 했다.
한편 지난 20일 문학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박재홍의 공식 은퇴식은 우천으로 연기돼 5월 이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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