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강철 군단' 포항 스틸러스의 미드필드진은 K리그 클래식 14개 구단 중 최강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정삼각형에서 역삼각형 등 상대의 변화에 따라 기민하게 대처하는 대형은 쉽게 깨지지 않는다.
포항이 자랑하는 패싱 축구의 중심에는 소리없는 엔진 황지수(32)가 있다. 주장인 그는 평소에는 자상한 동네 형 같지만 그라운드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야수로 변한다. 외모도 야성적이다보니 상대가 기싸움에서 지지 않으려 거칠게 싸움을 건다. 덕분에 16일 강원FC와 7라운드까지 수집한 경고가 4장이나 된다.
그래도 그의 희생에 포항은 정규리그 1위로 순항중이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도 16강 희망의 불꽃을 꺼트리지 않고 있다. 16일 강원전에서도 수비라인 앞에서 그가 상대의 예봉을 차단했고 황진성, 이명주, 신진호 등이 마음놓고 공격에 가담하며 포항은 3-0 승리를 만들었다.
지난 2004년 포항에 입단한 황지수는 2009년 10월 공익근무요원으로 챌린저스리그(K3리그) 양주시민구단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경기 감각을 이어갔다고는 하지만 프로와의 수준차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지난해 소집해제 뒤 포항으로 돌아와 초반에는 팀 전술에 쉽게 녹아들지 못하며 애를 먹었다. 확실히 프로 경기에서 요구하는 체력은 달랐고 노력이 더 필요했다. 그의 선택은 치밀한 개인 운동이었고 후배들도 황지수를 따라 몸을 만들었다. 황지수가 살아나면서 포항은 FA컵 우승과 정규리그 3위라는 성과를 냈다. 신형민이 알 자지라(UAE)로 떠나 그에게 막중한 책임감이 주어졌지만 문제 없이 해냈다. 더군다나 외국인선수 없이 만든 성과라 의미는 남달랐다.
올 터키 전지훈련에서도 황지수는 후배들 앞에서 열정을 불태웠다. 훈련 내내 "죽겠다"를 연발하면서도 코칭스태프가 제시한 프로그램을 상위권으로 소화했다. 몸으로 보여주는 것이 후배들을 이끄는데 최선의 효과를 낸다는 생각에서였다. 플라비오 피지컬 코치는 "황지수의 몸은 팀내 최정상권이다"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황선홍 감독도 "(황)지수는 알아서 잘한다. 믿음이 갈 수밖에 없다"라며 강한 신뢰를 보냈다.
시즌 개막 후 황지수는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해 출전한 9경기 모두 풀타임을 소화했다. 빡빡한 일정에 피곤할 법하지만 그는 "로테이션 시스템이 가동되고 나 역시 경고 누적으로 한 번씩 쉬고 그래서 괜찮다"라고 웃었다.
포항 선수단 분위기는 최상이다. 황 감독의 구상대로 '멀리보는 축구'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그는 "이런 상황이 너무 좋고 즐겁다. 3~4일 만에 경기를 하지만 힘들어서 못하겠다는 소리는 아무도 하지 않는다"라고 긍정론을 설파했다. 그 덕분에 황지수는 지난달 카타르와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에 국가대표로 뽑히기도 했다.
승패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포항의 중심에는 분명 황지수가 있다. 그는 "확실히 지난해보다는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다. 승패 속에서도 포항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코칭스태프부터 선수단까지 모두가 한 마음으로 뭉쳤다는 것이다. 이어 "잘 나간다고 모든 경기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집중해야 한다"라며 자만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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