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한화 이글스의 6-4 승리로 경기가 막을 내리자 김응용 감독은 복귀 후 처음으로 승장 인터뷰를 위해 관중석 앞에 섰다. 인터뷰를 진행하던 도중 김 감독의 눈가가 촉촉해졌고, 관중들은 "울지마"를 외쳤다.
한화가 악몽같은 개막 13연패의 사슬을 끊어냈다. 한화는 16일 NC를 상대로 6-4 역전승을 거두며 올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이는 김 감독의 사령탑 복귀 후 첫 승이기도 했다. 1천승 넘게 경험한 김 감독에게는 정말로 특별했던 1승이다.
시즌 개막 후부터 한화는 계속해서 프로야구 뉴스의 중심에 있었다. 도무지 이기지를 못했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늘어나던 연패 앞 숫자는 13에 이르렀다. 32년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긴 개막 후 연패였다.
김응용 감독이 누구인가. 프로야구 역대 최다승을 기록하고 있는 감독이다. 한국시리즈 우승컵만 무려 10번을 들어올렸다. 그러나 올 시즌 그에게서 그런 '명장'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김 감독의 통산 승수는 개막 후 13경기에 이르도록 1천476승에 머물러 있었다.
그야말로 천신만고 끝에 거둔 승리였다. 김 감독도 삼성 사령탑 시절이던 2004년 10연패를 경험한 적이 있다. 그러나 올 시즌은 차원이 다른 연패 행진을 벌였다. 그만큼 이날 NC를 상대로 거둔 승리는 감격적이었다.
경기 후 김 감독은 "제일 미안한 것은 팬들이다. 팬을 위해서 열심히 하겠다"며 "너무 많이 지니까 야구가 이런 것이구나 하고 처음 느꼈다. 오늘 경기는 평생 잊지 않겠다"고 이날 승리를 가슴에 새겼다. 그런 김 감독을 향해 팬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응원의 목소리를 전했다.
선수들에 대한 미안함 역시 숨기지 않았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고맙다. 한 번 이겨보겠다고 스스로 머리도 깎고 열심히 했다"며 "감독이 잘못해서 지는데 자기들이 머리를 깎았다"고 말했다. 연패가 길어지면서 자발적으로 삭발 행렬을 벌인 선수들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뒤섞여 있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정말 김 감독의 눈가를 촉촉히 적신 것은 눈물이었을까. 김 감독은 안경을 벗어 보이며 "안 울었다"고 말했다. 그것이 정말 감격에 겨우 흘러나온 눈물이었는지는 김 감독 본인만이 알 수 있다. 김 감독은 그저 "울 만 했다"고 말할 뿐이었다. 그러나 이날 승리가 김 감독에게도 전에 없이 감격스러웠다는 점은 분명하다.
김 감독은 통산 승수는 1천477승이 됐다. 20년 가까이 감독 생활을 하면서 쌓아올린 승수다. 그러나 다 똑같은 승리가 아니다. 한화 이글스의 사령탑에 앉은 뒤 처음으로 거둔 이날 승리는 정말로 특별한 1승이다. 스스로 말한 것처럼 "평생 잊을 수 없는 승리"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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