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왜 제가 야유를 받아야 되죠?"
'차미네이터' 차두리(FC서울)의 의문문에 인터뷰룸은 웃음바다가 됐다.
차두리는 14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6라운드 수원 삼성과 원정 경기에 서울의 오른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했다. 서울은 이날 1-1 무승부를 거두며 정규리그 첫 승 기회를 또 다시 날렸다. 수원전 9경기 연속 무승(2무7패)의 부진도 계속됐다.
지난달 말 서울에 입단해 아직 제대로 된 몸상태가 아니었던 차두리는 몸 만들기에 집중하며 경기 출전 시기를 저울질했다. 서울이 지난 10일 베갈타 센다이(일본)와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4차전에서 0-1로 패한 다음날인 11일, 최용수 감독은 전격적으로 차두리에게 수원전 출전을 통보했다.
국내 무대 데뷔전인데다 오랜만에 그라운드를 밟은 차두리의 표정은 상기되어 있었다. 풀백으로 풀타임 활약을 한 차두리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오랜만에 실전을 뛰어보니 힘들고 긴장도 많이 했다. 후배들과 한국에서 경기를 할 수 있어 감격스러웠다. 너무나 즐거운 축구를 했다"라고 운을 뗐다.
센다이전 다음달 최 감독과의 면담을 통해 선발 출전을 통보 받았다는 차두리는 "책임감도 들고 패하고 왔기 때문에 팀 분위기도 가라앉아 있었다"라며 "몸 상태가 올라와야 실전을 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이 들면 책임감을 갖고 나서려 했다"라고 선참급으로 정규리그 승리에 일조하겠다는 마음에 수원전 출전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차두리는 수원과 인연이 있다. 아버지 차범근 감독이 수원의 사령탑을 맡아 2004, 2008년 두 차례 정규리그 우승을 했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차두리도 독일에서 활동하던 시절 슈퍼매치에서는 수원이 서울을 이긴다는 분석을 내놓는 등 수원에 우호적이었다.
그런데 수원 팬들은 서울 유니폼을 입은 차두리가 볼을 잡으면 야유를 보냈다. 유럽에서도 받아보지 않았던 야유에 당황이 됐다는 차두리는 "왜 제가 야유를 받아야 되는 건지 모르겠다. 아버님도 수원에서 감독 생활을 하셨고 내가 K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하다 유럽에 갔다 온 것도 아니지 않으냐"라고 의문을 표시했다. 이어 그는 "유럽에서는 상대 주요 선수에게 야유를 한다. 상대팀 팬들이 나를 (주요 선수로) 의식해서 그런 거라 생각한다. 유럽에서 받아보지 않은 야유라 어색했다"라고 웃어 넘겼다.
경기 막판 수원 라돈치치의 동점골 장면에서 일대일 마크를 놓쳤던 차두리는 "내 키가 닿지 않고 머리 위로 볼이 지나가더라. 두 골 더 넣고 3-0으로 이겼어야 했는데 아쉬웠다"라며 "처음으로 후배들과 호흡 맞추면서 의지하고 도와주고 그랬다. 유럽에서는 없었던 동료 의식 등이 그리웠다"라고 K리그 데뷔전에 대한 감상을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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