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삼세번이다. 롯데 자이언츠 박종윤이 30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개막전에서 지옥과 천당을 모두 경험했다. 박종윤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시범경기에서 타격감을 조율했다.
롯데 김시진 감독과 박흥식 타격코치는 "감이 슬슬 올라오는 것 같다"고 박종윤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하지만 박종윤은 이날 4회와 6회 모두 만루 상황에 타석에 나와 각각 병살타와 포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났다.
박종윤이 두차례 기회 중 한 번만 해결사 노릇을 했더라면 롯데는 경기를 수월하게 끌고 갈 수 있었다. 두 차례 만루 기회에서 한점밖에 올리지 못한 롯데는 경기 내내 한화에게 끌려갔다.
마지막 9회말 공격에서 롯데는 4-5로 한화에게 리드 당했다. 선두타자 전준우가 내야안타로 추격의 물꼬를 텄다. 조성환이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손아섭의 볼넷에 이어 장성호의 적시타로 5-5로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었고 롯데는 이날 세번째 만루를 만들었다. 그리고 타석엔 또 다시 박종윤이 섰다.
박종윤은 앞선 두차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았다. 한화 마무리 투수 안승민이 던진 3구째 방망이를 힘차게 돌렸다. 중견수 뜬공이었지만 3루주자 손아섭이 충분히 태그업해 홈을 밟을 수 있었다. 박종윤이 개막전 역사상 첫 끝내기 희생 플라이의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었다.
역전승을 거둔 롯데 선수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박종윤에게 마치 우승이라도 한 듯 생수를 뿌리며 세리머니를 했다. 박종윤은 동료들에게 들려 그라운드로 떨어졌지만 아픔은 없었다. 승부를 뒤집고 경기에서 이겼다는 기쁨이 더 앞섰다.
박종윤은 지난 시즌 후반부터 징크스 아닌 징크스에 시달렸다. 팀의 다른 타자들과 견줘 득점 상황에 자주 나온 편이지만 범타에 그친 경우가 종종 있었다. 팀이 꼭 점수를 내야 할 상황에서 그러지 못한 적이 많아 마음고생이 심했다. 한화와 이날 개막전도 비슷했다.
박종윤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두번째 만루 상황에선 앞선 타석 결과를 너무 의식했다"고 말했다. 병살타로 연결된 2루 땅볼에 그쳐 의식적으로 뜬공을 치기 위해 스윙을 한 게 결과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세번째 찾아 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직구가 아닌 변화구에 초점을 맞췄다"며 "포크볼이 들어와서 배트를 휘둘렀다. 타구에 힘이 실리지 않았지만 중심에 맞긴 했다"고 말했다. 박종윤은 타격을 한 뒤 1루로 뛰어가며 한쪽 손을 번쩍 들었다. 바로 희생플라이가 될 줄 알았다.
끝내기 세리머니로 유니폼이 몽땅 젖은 박종윤은 "세번째 상황에선 몸에 공을 맞는 한이 있더라도 끝내려고 했다"며 "그나마 좋은 결과가 나와 정말 다행"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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