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30일 오후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2012~2013 KB국민카드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5차전 안양 KGC인삼공사-고양 오리온스의 경기. KGC의 벤치에는 깜짝 놀랄 인물이 앉아 있었다. 지난해 팀 우승에 큰 공을 세운 시즌 MVP이자 신인왕 오세근이 있었던 것이다.
허리 부상을 당해 출전이 불가능한 최선참 김성철이야 그럴 수 있겠거니 했지만 시즌 시작 전 오른쪽 발목 아킬레스 부상으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아 재활에 매달리던 오세근의 등장은 놀라운 일이었다.
5차전까지 끌고 오면서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KGC가 급한 것처럼 보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둘은 끝까지 출전하지 않았고, KGC는 78-69로 승리하며 3승2패로 4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이상범 KGC 감독은 정신적으로 단단했던 벤치 분위기가 승리에 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15일 동안 8경기를 치렀다. 지칠대로 지쳐 있었고 전술, 전략에 상관없이 정신력으로 버텼다.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으로 이 악물고 했다"라며 정신력의 승리였음을 강조했다.
김성철, 오세근 등 뛸 수 없는 선수들의 도움도 컸다. 이들은 벤치에서 손뼉을 치며 득점마다 내 일처럼 기뻐했다. 이 감독은 "김성철은 허리 통증으로 앉아 있기가 불편했을텐데 선참이라고 끝까지 앉아 있더라"라며 칭찬했다.
오세근에 대해서는 더 놀랐다. 3차전에서 아쉽게 패하자 "1분이라도 뛰겠다"는 오세근을 말렸었다는 이 감독은 "테이핑을 하고 왔더라. 유니폼까지 입었는데 이런 벤치의 열정이 팀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라고 감동을 표현했다.
이들 못지않게 잔부상을 안고 뛴 김태술, 양희종, 이정현 등에게도 고맙다고 표현한 이 감독은 "중심을 잘 잡아줬다. 다들 힘들텐데 원활하게 경기 운영을 했다"라고 평가했다.
다음달 1일 서울 SK와 4강 플레이오프를 시작하는 대비책에 대해서는 "이 없으면 잇몸으로 버티겠다. 지난해 우승팀의 자존심을 앞세워 쉽게 무너지지 않겠다. 승기를 잡겠다"라고 선언했다.
한편, 패장이 된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은 "한 시즌 동안 열심히 뛴 선수들에게 고맙다. KGC가 이겼으니 4강에 올라가서 좋은 성적을 내길 바란다"라고 축하 인사를 전한 뒤 "올 시즌에는 1라운드부터 외국인 및 주전 선수의 부상으로 팀 스타일이 빨리 나오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아쉽지만 더 발전, 진화해 돌아오겠다"라고 다음 시즌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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