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올 시즌 수원 삼성의 서정원 감독은 '스마트(SMART) 축구'를 시도하겠다고 선언했다. 가슴에 박힌 모기업의 제품 로고에 착안해 작명한 스마트 축구는 현역 시절 '날쌘돌이'로 불렸던 서정원 감독의 특장점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스마트는 Speed(속도), Movement(움직임), Attack(공격), Rock & Roll(록큰롤), Thinking(창의)으로 구성됐다. 빠르게 볼을 전개하면서 공간을 만들어 움직인다. 이후 첫 볼터치부터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록 리듬처럼 신명나게 경기를 하고 생각하는 플레이를 하자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K리그 클래식 개막 후 수원은 성남 일화, 강원FC전을 통해 스마트 축구의 가능성을 보였다. 두 팀 모두 수원을 상대하면서 수비적이지 않고 함께 부딪히다보니 경기는 역동성이 부각됐다. 좌우 풀백이 거침없이 공격 진영까지 오버래핑을 하는 등 화끈했다. 실점을 하더라도 공격을 보여주겠다는 서 감독의 의지가 반영됐다.
수원의 활발한 오버래핑 전술 이면에는 정대세가 있다. 중앙 공격수 정대세가 최일선에서 수비수와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하면서 수비수들을 한 쪽으로 몰다보니 자연스럽게 공간이 생기게 된 것이다. K리그 클래식 두 경기에서 넣은 3골 모두 정대세의 역할이 컸다.
그러나 아직 서정원표 스마트 축구는 물음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성남, 강원전에서 통했던 것이 아시아 무대에서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 속도와 움직임, 공격, 록큰롤까지는 충분히 보여줬지만 창의적인 플레이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수원은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 예선 경기서 센트럴 코스트(호주)와 귀저우 런허(중국)를 만나 모두 0-0으로 비겼다. 두 경기에서는 상대가 모두 '선 수비 후 역습'이라는 전형적인 강팀 상대 전술을 들고 나왔다. 그나마 센트럴은 어느 정도 공격을 보여줬지만 귀저우는 철저하게 내려서서 수비로 일관했다.
13일 귀저우전에서 수원은 총 15개의 슈팅을 시도했고 5개를 유효슈팅으로 만들었다. 물론 골은 없었다. 밀집수비를 뚫을 수 있는 창조적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뜻이다. 패스마스터 김두현이 그나마 허를 찌르는 패스로 귀저우 수비 공간을 깼지만 주변 동료들의 굼뜬 움직임에 무위로 돌아갔다.
정대세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이날 경기에서 공격진들은 전방에서 수비 공간에 묶여 움직이지 못했다. 정대세처럼 저돌적으로 수비와 경합하지 못한 것이다. 역으로 정대세 없는 플랜B가 위기에 봉착했음을 알려주기도 했다. 귀저우의 공레이 감독대행이 경기 전날 공식 기자회견에서 지지 않는 축구를 하겠다고 미리 예고한 것을 생각하면 더욱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도 수원이 희망적이라는 것은 시즌 초반에 이런 문제점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서 감독은 귀저우의 수비축구를 통해 대처법을 습득할 수 있었다. 서 감독은 "밀집 수비를 뚫기 위한 움직임이 많았다. 패스도 좋은 것이 있었다. 고쳐나가면 나아질 것 같다"라며 개선의 여지가 있음을 확인한 소득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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