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타이중 쇼크'다. 세 번째 참가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처음으로 1라운드 탈락의 쓴맛을 봤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5일 대만과의 경기에서 3-2로 승리했지만 2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했다. 2승1패로 대만, 네덜란드와 동률을 이뤘지만 순위 결정 방식인 TQB(Team Quality Balance)에서 3위로 밀렸기 때문이다. 언뜻 제도의 희생양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패자의 핑계일 뿐이다.
◆전략은 있었다
출발 전부터 역대 최약체로 손꼽혔던 한국 대표팀. 전략은 있었다. 떨어지는 선발진의 무게감은 선발 투수 2명을 연이어 등판시키는 이른바 '1+1' 전략으로 메울 계획이었다. 투수 중 구위가 가장 좋았다는 노경은이 두 번째 투수로 매 경기 대기했다.
타선에서의 전략은 상대 선발 투수에 따라 라인업에 변화를 주는 것이었다. 테이블세터 이용규와 정근우는 상대 선발이 좌완이냐 우완이냐에 따라 1,2번을 오갔다. 중심 타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승엽, 이대호, 김태균 등 거포 1루수 '빅3'에 대한 활용법은 대회 시작 전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류중일 감독은 이대호를 4번으로 고정시키고 이승엽과 김태균을 번갈아 3번으로 출전시키는 전략을 세웠다.
여기에 정대현, 박희수, 오승환으로 이어지는 최강 불펜진을 경기 후반 가동해 승리를 굳히겠다는 것이 마운드 운용 구상이었다. 세워놓은 전략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야구가 항상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임기응변이 없었다
임기응변이 필요했다. 그러나 류중일호는 막연한 자신감으로 틀에 박힌 전략만 고수했다. 믿음의 야구를 펼쳤으나 그 믿음은 대표팀의 승리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연습경기부터 부진을 면치 못했던 타선은 본 경기에 들어가서도 큰 변화가 없었다. 결국 첫 경기인 네덜란드전에서 4안타의 빈공 끝에 0-5로 완패했다. 탈락에 결정적 빌미를 제공한 경기였다.
마운드 운용에서도 아쉬움이 보였다. 노경은을 두 번째 투수로 고집하다 대만전에서 추가점을 허용했다. 노경은은 네덜란드전에서도 실점을 했던 선수다. 믿었던 박희수, 정대현, 오승환의 투입은 항상 한 박자 늦은 감이 있었다.
대승이 필요했던 대만전에서도 경기 운영은 다른 경기와 다를 바가 없었다. 5점 차 이상의 승리가 필요해 부담감이 큰 경기였다. 선취점을 내준다면 선수들의 몸은 더욱 경직될 것이 뻔했다. 그러나 대만에 선취점은 물론 추가점마저 내주고 말았다.
파격적인 선수 기용이 이번 대회에서는 한 번도 없었다. 깜짝카드는 실패하면 코칭스태프가 책임을 져야 하지만, 성공할 경우 팀 분위기를 한번에 바꿔놓을 수 있다. 류중일호는 정공법만을 택했다.
◆경험부족이 문제, 준비도 미흡했다
국제대회에서는 경험이 중요하다. 선수들은 물론 감독도 마찬가지다. 류중일 감독이 코치로서 1,2회 WBC를 모두 경험하긴 했지만 코치와 감독은 하는 일이 다르다. 1,2회 대회에서는 백전노장 김인식 감독이 사령탑을 맡아 4강과 준우승이라는 실적을 남겼다.
결과론이지만 이번 대회의 실패로 대표팀 감독 선임 제도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한국시리즈 우승팀 감독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대표팀을 맡는 것보다 전임 감독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현역 감독이 맡더라도 새로운 선임 기준이 필요하다.
선수 선발 과정에서도 잡음이 자주 발생했다. 총 7명이나 선수가 교체되는 우여곡절을 겪은 것. 대표팀 선수를 선발하는 시스템에도 손질이 필요하다. 이렇다할 혜택이 없는 WBC 출전에 대한 구미 당기는 당근책이 없는 것도 주요 선수들의 불참과 무관하지 않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