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혜림기자] 가까이서 마주한 배우 미아 바시코브스카는 영화 '스토커' 속 히스테리컬한 소녀보다는 밝지만 차분한 20대 초반 또래 여성과 더욱 닮아 있었다. 1989년생,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이 여배우는 한국의 명감독 박찬욱의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에서 오묘한 눈빛의 신비로운 소녀 인디아를 연기했다.
22일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영화 '스토커'의 주연 배우 미아 바시코브스카가 취재진과 만났다. 바시코브스카는 영화 '제인에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레스트리스' '로우리스:나쁜 영웅들' 등에서 강렬한 연기를 펼친 바 있다.
이날 그는 영화 속 갈색 머리와 달리 밝은 금발 머리로 한국을 찾게 된 이유부터 한국 감독 박찬욱과 작업하며 느낀 소감 등 다양한 질문에 답을 이어갔다. 장황한 답변을 늘어놓기보다 정리된 대답을 차분히 내놓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지난 20일, 2박3일 일정으로 처음 한국 땅을 밟은 바시코브스카는 영화 속 어깨 선을 넘는 갈색 머리와 달리 짧은 금발 단발 머리로 시선을 모았다. 이날 인터뷰에서 그는 "영화 속 머리가 가발"이라고 깜짝 고백을 했다.
바시코브스카는 "영화를 찍을 때도 가발 아래의 머리는 지금과 비슷한 금발 머리였다"며 "엉클 찰리 역에 매튜 구드를 캐스팅한 후 인디아와 그 사이에 비슷한 점, 유사점을 만들기 위해 갈색 머리를 가발로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찬욱 감독은 미아 바시코브스카에게 처음으로 함께 작업한 한국 감독이다. 바시코브스카는 "물론 초기에 통역을 통해 영화를 찍으면 어떨지 걱정은 했지만 시작하자마자 의사 소통이 편했고 잘 돼서 통역을 의식하지 않고 작업할 수 있었다"며 "감독님의 경우, 원하는 것이 매우 구체적이고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을 듣고 소화해서 어떻게 하면 돌려드릴 수 있는지 고민하면 됐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다"고 촬영 당시를 설명했다.
'스토커'는 18살 생일, 아버지를 잃은 소녀 앞에 존재조차 몰랐던 삼촌이 찾아오고 소녀 주변의 사람들이 사라지는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 영화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무거웠던데다 한국과는 다른 시스템 속에서 빠듯한 일정 속에 촬영을 소화해야 했다.
바시코브스카는 박찬욱 감독에 대해 언급하며 "촬영 자체가 빡빡하게 빨리 진행됐지만 박 감독이 가끔 재밌는 이야기도 했다"며 "진지하게 촬영에 임하며 진행했지만 유머 감각이 좋으셔서 종종 웃긴 이야기를 하시더라"고 밝은 표정으로 돌이켰다. 이어 "사물을 볼 때 위트있게, 유머러스하게 보시는 느낌이었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그는 박찬욱 감독이 다시 러브콜을 보내온다면 흔쾌히 응하겠다는 말로 박 감독과 작업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만약 박찬욱 감독이 제의한다면 다시 작업할 의사가 있다"고 답한 바시코브스카는 "사실 박찬욱 외에 달리 아는 한국 감독은 없지만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을 봤다"며 "한국에서 많은 한국 작품들을 가지고 가게 되니 앞으로는 많이 보게 될 것 같다"고 알렸다.
바시코브스카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중 인상깊게 본 작품으로 '올드보이'와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를 꼽기도 했다.
'스토커'에는 미아 바시코브스카·니콜 키드먼·매튜 구드 등이 출연한다. 할리우드 최고의 감독이자 제작자인 리들리 스콧과 故 토니 스콧 형제가 제작했다.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의 주인공 웬트워스 밀러가 시나리오를 쓰고 '블랙 스완'의 클린트 멘셀이 음악 감독을 맡았다.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박쥐' 의 정정훈 촬영감독이 다시 한 번 박찬욱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오는 28일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한다.

[이하 미아 바시코브스카와 일문일답.]
-헤어 스타일이 영화 속과 다르다.
"영화 속 머리가 가발이다. 아래 머리는 비슷한 금발 머리였다 가발을 쓰게 됐는데 엉클 찰리 역에 매튜 구드를 캐스팅한 후 인디아와 비슷한 점, 유사점을 만들려고 갈색 머리를 가발로 쓰게 됐다."
-피아노 신은 노출 없이도 무척 에로틱하다.
"스크립트도 구체적으로 그런 의도로 쓰여 있었다. 엉클 찰리와 인디아가 가까워지고 긴밀해지는 장면이기도 했다. 인디아로서 몰입해 촬영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음악과 함께 하는 신이 영화에서 별로 없는데 굉장히 즐기며 찍었다. 음악을 통해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살인 후 희열을 느끼는 장면도 있다.
"인디아는 굉장히 독특한 인물이다. 감정을 드러내거나 표현하지 않는 소녀고 담아두는 인물이다. 어떤 일이 있거나 뭔가를 느꼈을 때, 그러면서도 행위를 하면서 그것으로 희열을 느끼는 것을 표현하는 인물이다. 인물에 대해 머릿속에서 상상해서 그것을 토대로 연기했다."
-상상을 통해 인디아를 연기한 과정을 설명해달라.
"스크립트를 처음 봤을 때, 주어진 인물을 보면 머릿속으로 인물을 상상하게 된다. 제가 생각한 인물을 연기로 따라한다. 인디아라는 인물은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 고립됨, 외로움, 그가 가지고 있는 욕망들은 일반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느끼는 흔한 감정이라 이해가 간다. 그 외에 다른 부분들은 머릿속으로 상상해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은 이럴 것'이라고 생각해 연기했다."
-인디아와 나의 차이점이라면?
"근본적으로는 굉장히 다르다. 표면적으로 언뜻 봐서는 조용하고 수줍은 면에 대해서는 비슷한 면도 있을 것이다."
-한국 감독과 처음 한 작업, 두렵지 않았나. 박찬욱 감독의 주문은?
"크게 우려하거나 걱정하지는 않았다. 물론 초기에 통역으로 영화를 찍으면 어떨지 걱정은 했지만 시작하자마자 의사 소통이 편했고 잘 돼서 통역을 의식하지 않고 잘 할 수 있었다. 감독님의 주문의 경우, 원하는 것이 매우 구체적이고 분명하다. 그것을 듣고 소화해서 어떻게 하면 돌려드릴 수 있는지 고민하면 됐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다."
-상대 배우와 호흡은 어땠나?
"니콜 키드먼의 독백, 반대편에서 이야기를 듣는 입장에서는 겁이 났지만 인디아로서 듣는 장면이라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니콜과 작업은 저에게는 꿈과 같은 작업이었다. 호주에서 자라면서 그가 배우로 활동하는 것을 봤으므로 하나의 롤 모델이기도 했다. 그가 성공하는 것을 보며 자랐기 때문에 재밌었다. 매튜는 재밌는 사람이었다. 영화는 무겁지만 중간마다 매튜가 분위기를 띄워줬다."
-박찬욱은 재밌는 사람인가?
"가끔 재밌는 말도 헀는데 촬영 자체가 빡빡하게 빨리 진행됐다. 진지하게 임해 진행했음에도 유머 감각이 좋으셔서 웃긴 이야기를 하시더라. 사물을 볼 때 위트있게 유머러스하게 보시는 느낌이었다."
-촬영하며 힘들었던 점이 있나.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면?
"굉장히 무거운 영화였기 때문에 촬영 후 인물에서 벗어나 집에서 쉴 때 좋았다. 영화 전체가 끝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긴장도 많이 됐고 감정적으로 많은 것을 담는 인물이어서 그랬다. 더울 때 찍었고, 밤에 많이 찍고 낮에는 자는 생활이어서 힘들었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피아노 신이다. 음악을 놓고 음악을 통해 감정을 느끼고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하고 싶은 것을 말해달라.
"감독님과 첫 만남부터 영화를 한국에서 개봉할 때 한국에 꼭 가야 한다고 말씀하셨었다. 그 때부터 한국에 오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선물을 꼭 사 오라고 주문했다. 선물도 사야 하고 한국의 전통적인 문화적 공간이나 궁, 갤러리를 가 보고 싶다."
-박찬욱 감독이 다시 러브콜을 보낸다면 응할 계획이 있나? 다른 한국 감독과 작업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만약 박찬욱 감독이 제의한다면 다시 작업할 의사가 있다. 사실 박찬욱 외에 달리 아는 감독은 없지만 다른 감독의 경우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을 봤다. 한국에 왔기 때문에 많은 한국 작품들을 가지고 가게 되니 보게 될 것 같다."
-박찬욱 감독의 전작 중 가장 재밌게 본 영화는?
"'올드보이'를 좋아한다.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올드보이'와는 또 다른 영화기 때문에 굉장히 좋아한다."
-한국에서 남은 여정동안 뭘 할 건가?
"내일은 전통적인 공간에서 선물을 살 거다. 박물관과 고궁에 가보고 싶다. 시간이 얼마나 주어지는지에 따라 다를 것 같다. 가기 전에 팥빙수를 꼭 많이 먹고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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