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올해 포항 스틸러스 선수단의 최선참은 공격수 노병준(34)이다. 노병준은 청소년대표를 거쳐 오스트리아리그 그라츠AK에서 활약하고 국내로 복귀해 국가대표까지 발탁되는 등 산전수전 다 겪은 선수다.
해본 게 많으니 후배 선수들 개개인의 심리 상태 파악도 빠르다.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고 싶은지 알 정도다. 잔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터키 안탈리아에서 전지훈련중인 노병준의 눈에 포항의 신인급 선수들이 걸려들었다. 포항 유스팀 포철공고 출신으로 2012 드래프트를 통해 입단한 문규현(19), 문창진(19), 이광훈(19) 등 어린 선수들이 그 대상이다.
이들은 고교 시절 최고 대우를 받았다. 클럽 축구 최고의 팀에 있다 보니 자신이 다른 이들과 비교해 우월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바닥까지 경험해봤던 노병준이 보기에는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다.
노병준의 걱정은 괜한 것이 아니다. 팀의 주전급 선수가 경고누적이나 부상으로 이탈시 이들 신인급을 포함 비주전 멤버가 그 자리를 메워야 하는데 그럴 능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특히 문규현의 경우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U-19) 챔피언십에 대표 출전해 우승으로 이름을 알린 문창진, 이광훈에 비해 자신감이 부족해 보인다는 평가를 내렸다.
마침 포항의 휴식일이었던 30일, 안탈리아 시내 쇼핑몰에서 노병준은 문규현, 이광훈과 진지한 대화의 시간을 나눌 기회를 얻었다.
노병준은 오스트리아 시절의 생활 얘기를 꺼내들었다. 그는 "처음에 영어나 독일어를 할 줄 몰라서 무조건 '쌩큐', '쏘리'만 연발했다. 그러다 오기가 생겨서 한 번 배워보자는 마음에 사전을 뒤져가며 공부했고 상점에 가서 독일어로 주문도 했다. 나를 보던 점원이 놀라더라"라고 어려웠던 외국생활 적응기를 전했다.
모르면 물어보고 스스로 노력하라는 의미다. 지도자들이 뭘 물으면 기계적으로 답을 하거나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 지도가 맞는지, 전술적 움직임에 대한 궁금함이 느껴지면 질문을 하면서 배워가라는 것이다.
후배들에게 자신만의 개성도 뚜렷하게 나타내라고 조언했다. 노병준은 특유의 헤어스타일로 포항 내에서는 유명인사다. 두 아들도 노병준의 바가지 머리를 그대로 따라해 팬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다. 플레이 역시 시원시원하게 돌파하는 스타일로 어필중이다.
그는 "머리 모양이든 뭐든 자신의 개성을 알려야 한다. 생활뿐 아니라 연습이나 훈련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도자의 눈에 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느냐. 몸을 던져서라도 자신을 알려라"라며 과감성을 키워달라고 주문했다.
선배이자 형님의 말을 들은 후배들은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 아직까지 쉽게 와 닿지는 않지만 노력을 하면서 발전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20세 이하(U-20) 대표팀에 마음을 빼앗겼던 이광훈은 "일단 해보려고 하는데 겁이 날 때가 있다. 그래도 앞으로 잘 해보고 싶다"라며 선배의 조언을 마음에 새기겠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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