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당선, 대의원들은 '젊음'과 '안정'을 택했다

[이성필기자] 대의원들이 바란 것은 안정 속 점진적 변화였다.

축구 대권 경쟁의 승자는 정몽규(51) 현대산업개발 회장이었다. 정 회장은 28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52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결선투표에서 24명의 대의원(16명 시·도 축구협회장, 8명 산하 연맹 회장) 중 15표를 받아 9표에 그친 허승표(66) 피플웍스 회장을 누르고 당선됐다.

선거전은 초박빙 양상이었다. 선거 당일까지 누가 당선이 될 지 쉽게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혼전을 거듭했다. 정 회장은 오래 전부터 회장 선거를 준비한 허 회장을 추격하는 양상이었다.

이 때문에 정 회장의 당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차 투표에서도 허 회장이 8표, 정 회장이 7표를 얻었다. 군소후보였던 김석한(59) 전 중등연맹 회장이 6표로 선전하고 윤상현(51) 새누리당 의원이 3표를 얻어 만만치 않은 세를 과시했다.

1차 투표 결과를 받아든 정 회장 측 캠프 관계자들의 표정은 상당히 어두웠다. 한 관계자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어려울 것 같다"라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그러나 결선 투표에서 정 회장은 예상 밖의 압승을 거뒀다. 1차 투표에서 김 전 회장과 윤 의원 쪽으로 던져졌던 표 대부분이 정 회장 쪽으로 향했다는 분석이다.

또, 정 회장과 김 전 회장 측의 연대가 성공했다는 평가다. 양측은 말을 아꼈지만 물밑에서 조용히 교류를 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외교전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표면적으로 1차 투표에서 윤 의원을 지지했던 표까지 정 회장 쪽으로 흡수되면서 이례적인 압승을 거뒀다.

투표에 나섰던 대의원들은 최대한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익명의 한 대의원은 "정 회장이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를 하면서 이뤄낸 점진적 개혁이 공감대를 얻었다는 평가다. 허 회장도 나름대로 선전했지만 한꺼번에 축구계를 개혁하겠다는 공약은 조금 무리수였던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정 회장이 비교적 젊은 나이라는 점도 유리했던 것으로 보인다. 허 회장은 1997년, 2009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협회장 도전이다. 과거 인물이라는 이미지가 짙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또 다른 한 대의원은 "프로축구연맹 총재에 이어 연속성이 가능했다는 판단이다. 앞으로 잘 이끌어줄 것으로 본다"라고 정 회장 당선에 기대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