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독이 든 성배.' 종목을 떠나 프로 스포츠팀 감독 자리를 표현할 때 많이 쓰이는 말이다. 성적으로 모든 걸 보여줘야 하는 승부세계의 속성상 감독 자리는 늘 해고의 위험이 따른다.
V리그 대한항공은 8일 신영철 감독을 총감독으로 2선 후퇴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말이 총감독이지 사실상 경질이나 다름없다.
대한항공은 이미 총감독 카드를 한 번 사용한 적이 있다. 2009-10시즌 팀을 맡고 있던 진준택 감독이 성적부진에 책임을 지고 사임을 하면서 총감독으로 승격시킨 바 있다. 당시 대한항공은 4승 5패의 성적을 거두고 있었고 진 감독은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해 건강도 좋지 못했다.
당시 진 감독 대신 감독대행을 맡은 이가 바로 신영철 감독이다. 세터 인스트럭터로 대한항공과 인연을 맺은 신 감독은 이후 수석코치로 자리를 옮겨 진 감독을 보좌하다 사령탑에 올랐다.
지난 2010-11시즌에는 현대캐피탈이 팀을 지휘하던 김호철 감독(현 러시앤캐시 감독)을 총감독으로 돌리고 대신 하종화 감독을 영입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현장을 떠난 감독은 실권이 없다. 그래서 총감독이란 직책은 큰 의미가 없다. 경질을 대신할 수 있는 단어가 바로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 감독에게 맡기는 총감독이다. 대한항공 구단 관계자는 "팀 분위기 쇄신 차원 중 하나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신 감독이 떠안고 나가는 모양새다.
대한항공은 2005년 프로출범 이후 지금까지 네 명의 감독들이 옷을 벗게 됐다. 모두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한 중도 퇴진이다. 이로써 프로배구단 가운데 최다 사령탑 교체 횟수를 기록하게 됐다.
초대 사령탑이던 차주현 감독은 프로 원년이던 2005시즌 초반 치른 6경기에서 2승 4패를 기록하자 사임했다. 당시 아마추어 초청팀이던 한국전력(현 KEPCO)에게 2-3으로 덜미를 잡힌 뒤였다.
차 감독의 뒤를 이어 2대 사령탑에 오른 이가 인하대를 맡고 있던 문용관 감독(현 한국배구연맹 경기지원팀장)이다. 문 감독은 2006-07, 2007-08시즌 팀을 연속해서 플레이오프까지 진출시켰지만 현대캐피탈의 벽에 막혀 챔피언결정전에 오르지 못했다. 문 감독은 정규시즌에는 성적을 냈지만 본고사격인 포스트시즌에서 발목을 잡히는 바람에 지휘봉을 내려놨다.
다음 사령탑이었던 진준택 감독도 2008-09시즌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실패했다. 실업시절 고려증권을 우승으로 이끈 베테랑 사령탑이었던 진 감독이지만 삼성화재를 넘어서지 못했다.
진 감독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은 신영철 감독은 사정이 좀 달랐다. 2010-11시즌 팀을 프로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정규시즌 1위로 이끌었고, 챔피언결정전 진출에도 성공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챔피언전에서 삼성화재에 가로막혀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2011-12 시즌 역시 대한항공은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랐으나 두 시즌 연속 삼성화재에 패퇴하고 말았다. 결국 구단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채 두 차례나 준우승에 머문 것이 신 감독의 사퇴로 연결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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