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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패는 없다' 삼성화재, 삭발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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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준기자] V리그 코트에서 '까까머리' 삼총사의 원조는 현대캐피탈이라 할 수 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문성민이 먼저 삭발에 가까운 짧은 머리를 했고 세터 권영민과 최태웅이 뒤를 이어 까까머리 대열에 합류했다.

그런데 디펜딩 챔피언이자 이번 시즌에도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삼성화재 선수들도 까까머리에 동참했다. 레오(쿠바)와 주장 고희진, 리베로 여오현이 그 주인공이다. 세 선수는 1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 홈 경기에 나란히 삭발을 하고 코트에 나왔다.

사연은 이랬다. 고희진은 지난달 26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LIG 손해보험전에서 삼성화재가 0-3으로 완패한 이후 팀이 연패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 삼성화재는 3라운드 들어 이날 경기까지 1승 2패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주장으로선 당연한 걱정이었다.

고희진은 그래서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머리를 짧게 밀기로 결심을 했다. 숙소에서 속칭 바리깡으로 불리는 삭발기를 이용해 직접 머리카락을 손질하는 레오(쿠바)에게 부탁을 했다. 그런데 잠깐동안 망설였다. 레오가 사용하는 바리깡 날이 완전히 까까머리로 깎는 일자였기 때문이다. 고희진은 "그걸로 머리를 자른다면 완전 삭발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고희진은 현대캐피탈전을 이틀 앞둔 지난달 30일 삭발을 했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여오현도 다음날 삭발에 동참했다. 레오는 정성스럽게 두 선수의 머리카락을 잘라줬다. 고희진은 "사실 (여)오현이 형이 함께 머리를 자르겠다고 해서 정말 고마웠다"고 했다. 고희진은 "연패에 빠지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최근 팀 분위기가 가라앉아서 분위기 전환을 할 겸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여오현은 "팀이 경기에 이길 수 있고 우승을 차지한다면 매일이라도 머리를 자를 수 있다"고 웃었다. 여오현은 평소에도 짧은 머리를 주로 했기 때문에 삭발이 어색하진 않다. 여오현은 "지난 시즌 가빈 슈미트(캐나다)와 함께 뛸 때도 한 달에 한 번은 머리를 짧게 잘랐다"며 "그런데 지금처럼 짧게 자른 경우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여오현은 지난 2009년 대표팀에서 뛸 당시 문성민, 김요한(LIG 손해보험)과 함께 머리를 짧게 자른 적이 있다. 당시 대표팀 사령탑이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이었다.

선수들의 삭발 투혼에 신치용 감독은 "사실 머리를 짧게 자르거나 삭발하는 걸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며 "(고)희진이가 어제 카카오톡을 통해 '오현이 형 삭발 중입니다'라며 사진을 보내줬는데 정말 놀랐다"고 했다. 신 감독은 "머리를 그렇게 잘라야만 배구를 잘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하지만 고참 선수들이 팀 분위기를 위해 먼저 나섰다는 부분은 좋은 징조"라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고희진과 여오현의 삭발투혼에 자극을 받아서였을까. 박철우는 이날 18득점 공격성공률 56%로 활약하면서 삼성화재의 3-0 승리에 도움을 줬다.

삼성화재 선수단에서 올 시즌 머리를 짧게 자른 게 고희진과 여오현이 처음은 아니다.

신치용 감독은 지난해 11월 24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KEPCO와 2라운드 첫 경기를 앞두고 머리를 잘랐다. 물론 삭발은 아니었지만 뒷머리를 짧게 다듬었다. 당시 신 감독은 "2라운드를 앞두고 마음을 새롭게 하기 위해 머리를 좀 잘랐다"고 설명했다.

또한 레오도 11월 28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 2라운드에서 팀이 2-3으로 패한 뒤 안 그래도 짧은 머리를 바리깡을 이용해 빡빡 밀었다. 팀 내 삭발 1호인 셈이다. 레오는 당시 "경기에 졌기 때문에 정말 기분이 안 좋았다"면서 "분위기를 바꿔보기 위해 다시 이발을 했다"고 말했다.

조이뉴스24 대전=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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