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LG 트윈스의 스토브리그가 뜨겁다. 정성훈과 이진영을 잔류시키고 정현욱을 삼성 라이온스에서 영입하며 FA시장의 승자라는 평가를 받더니, 대형 트레이드까지 성사시키며 적극적인 선수 보강에 나서고 있다.
LG와 삼성이 지난 14일 발표한 3대3 트레이드는 23년만에 처음 있는 두 팀간의 트레이드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MBC 청룡에서 LG 트윈스로 팀 이름이 바뀐 지난 1990년 이후 두 팀은 단 한 번도 선수 트레이드를 하지 않았다. LG와 삼성이 재계 라이벌이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고, 두 팀의 금기도 깨졌다. LG는 내야수 김태완과 정병곤, 투수 노진용을 삼성으로 보내며 포수 현재윤과 투수 김효남, 내야수 손주인을 받아왔다. 당장 필요한 포지션의 선수인 현재윤을 영입하며 마운드와 내야진의 출혈을 최소화했다.
LG의 트레이드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이어지는 실패를 뜻하는 '잔혹사'다. LG는 2000년대 들어 꾸준히 트레이드에 나서고 있지만 LG를 떠난 선수가 타 팀에서 성공을 거두고, 새롭게 LG 유니폼을 입은 선수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사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LG는 2001년부터 올 시즌까지 2006년을 제외하곤 매 시즌 트레이드를 해왔다. 그러나 그 중 성공사례로 기억되는 것은 거의 없다. 반대로 실패사례가 회자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1993년 해태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한대화 전 한화 감독을 영입한 것이 거의 유일하게 성공한 사례다.
먼저 2004년 트레이드시킨 이용규가 KIA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국가대표 외야수 자리까지 올라서며 LG의 속을 쓰리게 했다. 반면 이용규와 함께 홍현우를 보내며 받아온 이원식, 소소경은 소리소문 없이 은퇴했다.
2009년에는 김상현이 KIA로 떠나 그 해 홈런왕과 시즌 MVP를 거머쥐었다. 김상현과 함께 KIA 유니폼을 입은 박기남 역시 백업 요원으로 알토란같이 활약했다. 그러나 LG가 반대급부로 영입한 강철민은 2010년 3경기에 나서 1패를 기록한 것이 LG 1군 성적의 전부였다.
트레이드에 얽힌 악연을 끊을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2010년 3대4 트레이드를 통해 SK에서 영입한 박현준이 지난해 단숨에 13승을 거두며 에이스급으로 성장한 것. 그러나 박현준은 올 시즌 직전 터진 경기조작 사건 때문에 더는 현역 유니폼을 입기 어렵게 됐다.
지난해 시즌 중 넥센에서 데려온 김성현 역시 박현준과 같은 처지다. 김성현과 함께 받아온 송신영은 FA자격으로 이듬해 한화로 이적했고, 반대로 넥센에 내준 박병호는 올 시즌 홈런왕과 MVP를 차지하며 '제 2의 김상현'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희망도 있다. 2000년대 들어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선수 중 1군에서 살아남은 선수가 꽤 있기 때문이다. 유원상, 윤요섭, 김용의, 서동욱 등이 그 주인공. 특히 주전포수 후보인 윤요섭과 올 시즌 '필승 불펜 요원'으로 자리를 잡은 유원상은 팀의 트레이드 '잔혹사'를 끊어낼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이번 3대4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세 선수의 활약이 더해진다면 더 이상 LG는 트레이드 이야기에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삼성과의 '금기'를 깬 LG가 '잔혹사' 마저 깨부술 수 있을지 이적생들의 활약에 관심이 모아진다.
◆LG, 과거 트레이드 사례(상대팀)
-2012년김태완, 정병곤, 노진용↔현재윤, 김효남, 손주인(삼성)
-2011년김광수↔유원상, 양승진(한화)심수창, 박병호↔송신영, 김성현(히어로즈)
-2010년 최동수, 권용관, 이재영, 안치용↔윤상균(윤요섭), 김선규, 박현준(SK)
-2009년김상현, 박기남↔강철민(KIA)박영복, 강병우↔이택근(히어로즈)
-2008년이성렬, 최승환↔이재영, 김용의(두산)
-2007년최만호, 최길성↔손인호, 박석진(롯데)
-2006년없음
-2005년장문석, 한규식, 손상정↔마해영, 최상덕, 서동욱(KIA)
-2004년이용규, 홍현우↔이원식, 소소경(KIA)
-2003년박연수↔허문회(롯데)
-2002년방동민↔김상현(KIA)
-2001년안재만↔장재중, 유현승(SK)허문회↔한규식(롯데)
-1993년김상훈, 이병훈↔한대화, 신동수(해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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