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결국 류현진(한화)이 직접 나서야 하나.
LA 다저스와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류현진에 대한 다저스의 독점협상 마감시한인 오는 11일(한국시간)을 앞두고 양 측은 언론을 통한 '전쟁'이 한창이다. 네트 콜레티 다저스 단장이 "현재 진행 속도라면 계약이 안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자 보라스는 "차라리 일본으로 갈 수도 있다"며 맞받아쳤다. 물론 둘 다 진심은 아닐 것이다. 데드라인이 다가오면서 '밀고 당기기'에 불이 붙었다고 봐야 한다.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은 "이들의 발언에 크게 신경쓸 것 없다. 보라스가 데드라인 마감시한까지 협상을 끄는 건 흔한 일이다. (LA 에인절스 에이스인) 제라드 위버가 롱비치 스테이트 대학을 졸업했을 때도 그랬다. 보라스는 당시 1년 내내 협상을 질질 끌다 마감시한을 2시간 남겨두고 사인했다"고 소개했다. LA타임스도 "콜레티의 부정적인 발언은 협상용 술책"이라고 지적했다.
포스팅시스템의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 30일 이내에 특정 구단과만 협상을 벌여야 한다. 여러 팀을 상대로 자유롭게 몸값을 높일 수가 없다. 계약 타결이 늦어지기 마련이다. 앞서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일본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다르빗슈 유(텍사스), 아오키 노리치카(밀워키)도 협상 마지막 주에야 계약이 성사됐다. 역시 보라스가 에이전트를 맡았던 마쓰자카 다이스케(전 보스턴)도 '최후의 순간'에 사인을 했다. 류현진 협상 역시 이런 전례를 충실히 따르고 있을 뿐이다.
현재 가장 애가 탄 쪽은 다저스다. 올 시즌 마크 월터 구단주 체제로 변신한 다저스는 '국제적 위상' 강화를 이번 겨울 최우선 과제로 들고 나섰다. 류현진과 일본의 유망주 오타니 쇼헤이를 한꺼번에 끌어들인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2천만달러 정도의 몸값이 예정됐던 오타니가 일본 니혼햄 입단으로 방향을 틀었고, 류현진 계약마저 지지부진하다. 내심 계획했던 '제2의 찬호-노모' 프로젝트를 백지화해야 할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 경우 다저스는 '세컨드 플랜'의 유혹을 받게 된다. FA 시장에서 최대어인 우완 잭 그레인키와 또 다른 선발투수 1∼2명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시아에서의 구단 위상 제고' 방안은 잠시 미뤄둘 수도 있다.
현재로선 최악의 상황까지 가진 않을 전망이다. 류현진의 빅리그 진출 의지가 뚜렷하고, 다저스도 류현진 영입 의사가 확실하다. 변수는 결국 보라스의 협상 전략이다. 5일 LA타임스에 따르면 다저스는 보라스에 류현진의 다년 계약안을 제시했지만 보라스는 거절했다고 한다. 구체적인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마쓰자카 수준의 몸값(6년 5200만달러)을 원하는 보라스의 요구에 부족했던 셈이다. 웬만한 금액에는 순순히 사인하지 않겠다는 게 보라스의 자세다. 특유의 '벼랑끝 전술'이다.
지켜만 보는 류현진은 속이 타기 마련이다. 6년 전 마쓰자카와 지난해 다르빗슈는 구단과 대리인간 '밀당'이 격화되자 자신들이 목소리를 내 계약을 이끌어냈다. 극단적인 경우이지만 지난 2007년 겨울 2번째 FA 자격을 얻은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에이전트 보라스를 대신해 자신이 직접 뉴욕 양키스와 협상을 벌여 계약서에 사인했다.
현재 테네시주 내슈빌에선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이 한창이다. 콜레티 단장과 보라스 모두 그곳에 머물고 있다. 오는 7일 윈터미팅이 끝나면 다저스와 류현진 측의 협상 시간은 4일밖에 남지 않는다. 이 기간에도 진전이 없다면 결국 류현진이 나서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어느 정도 자존심을 세워줄 몸값을 제시 받는다면 대승적으로 사인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금 시점에서 협상을 깨고 한국 유턴 또는 일본 진출을 시도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전에 계약이 순조롭게 이루어진다면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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