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평범한 대한민국 20대 청년이자 K리그 선수였던 박종우(23, 부산 아이파크)는 2012 런던올림픽에 대표로 출전해 한 순간 세계적 관심을 받는 인물이 됐다.
지난 8월 11일 영국 웨일즈 카디프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한국-일본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국이 이겨 동메달을 획득한 후 박종우는 한 관중이 건네준 '독도는 우리땅' 피켓을 들고 즐겁게 흔들었다.
일본을 이기고 메달을 획득한 기쁨에서 나온 돌발 행동이었지만 파장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후 박종우는 '독도의 아이콘'이 된 가운데 정치적 언행을 엄격히 금하는 올림픽에서의 독도 세리머니로 말 못할 만큼 힘든 시간을 보냈다. 어쩔 수 없는 침묵을 지켜야했고 한동안 2군으로 내려가는 등 고뇌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희망의 빛이 찾아왔다. 지난 3일 국제축구연맹(FIFA) 상벌위원회가 박종우에게 2경기 출전정지 및 벌금 3천 스위스프랑(약 410만원)을 부과하기로 비교적 가벼운 징계를 결정하면서 큰 산을 넘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최종 결정이 남았지만 비교적 경징계라는 점에서 미뤄졌던 동메달 획득은 긍정적인 상황이 됐다.
그리고 하루가 지난 4일 오후, 박종우는 오장은(수원 삼성)의 주도로 경상남도 진해에서 열린 '추캥(축구로 만드는 행복)' 행사에 참여했다. 추캥은 10여 년 전 오장은을 비롯해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중인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인천 미드필더 정혁 등이 주축으로 시작된 축구 자선행사다. 박종우는 올해 처음으로 참가했다.
1박 2일로 진행된 이번 행사의 첫날은 해군과 함께했다. 공교롭게도 해군의 모항인 진해에 '독도함'이 정박하면서 박종우는 다른 30여명의 K리거 동료들과 함께 승선할 기회를 얻었다.
그 누가 뭐래도 우리땅인 독도를 배경으로 한 사진을 뒤로하고 박종우는 묘한 감정으로 행사에 참석해 해군 관계자들의 말을 경청했다. 이후 고속정에 올라 해상 기동 훈련을 체험하며 안보의 소중함을 몸으로 느꼈다. 장병들의 총원 전투배치 구령과 공작선 침투 훈련이 시작되자 그의 눈은 예리하게 빛났다.
체험을 끝낸 뒤 박종우는 만감이 교차한 듯 고속정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마음고생은 했지만 절대로 부끄럽지 않았던 독도 세리머니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그는 "독도 세리머니를 하고 독도함에 오니 너무나 새롭다. 여태껏 병영 체험 같은 것을 한 적이 없었는데 정말 내게는 뜻깊은 시간이다. 독도함에는 와봤으니 기회가 된다면 독도에 가보고 싶다"라고 입을 열었다.
박종우는 올림픽 동메달 획득으로 병역혜택을 받았다. 그의 앞에서 기동 훈련 시범을 보이는 또래 장병들에게 미안한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을 터. 그는 "장병들도 (군 복무를) 굉장히 영광스럽게 생각할 것 같다. 안 보이는 곳에서 고생하시는데 내 입장에서는 정말 감사하게 느낀다"라고 전했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길거리를 거닐다 경찰이나 군인을 보면 무서워서 경례를 했던 기억을 떠올린 그는 "축구 선수를 하면서 군인이 최고라고 느꼈다. 그런 와중에 운 좋게도 병역혜택이 왔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 역시 군 생활을 했을 것이다"라며 "체험을 해보니 군인들의 마음을 알 것 같다. 내 자리에서 열심히 할 것이다. 군인들의 자세를 보면서 경기장에서 더 열심히 뛰어야겠다는 느낌을 가지고 간다"라고 남다른 감정을 표현했다.
'독도의 아이콘'은 이제 박종우에게는 영광스러운 일이다. 그는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다. 더 즐기면서 영광스럽게 생각하겠다. 자부심을 느낀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FIFA의 징계 결정에 대해서도 "후련한 마음이 있다. 국민들의 응원이 있어서 다소 낮은 징계 결과가 나온 것 같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동메달이 올 것으로 생각한다. 징계는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라고 당당함과 담담함을 동시에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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