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축구에서 백넘버 10번의 의미는 크다.
10번은 팀의 간판 공격수를 뜻하는 등번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10번은 팀의 '에이스'를 의미하기도 한다. 전 세계 국가대표, 클럽팀의 에이스들은 대부분 10번을 달고 뛴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상징과 같은 번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축구에는 10번에 대한 미스터리가 하나 있다. 10년 동안 풀리지 않았던 미스터리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일궈냈던 한국 대표팀의 10번은 누구였을까. '황새' 황선홍? '독수리' 최용수? '테리우스' 안정환? '스나이퍼' 설기현?
아니다. 당대 한국 최고의 공격수들을 제치고 10번을 달고 뛴 이는 바로 수비수 이영표였다. 이것이 바로 미스터리다. 왜 수비수 이영표가 공격수의 상징인 백넘버 10번을 달았을까.
그 미스터리가 10년 후 드디어 풀렸다. 2일 FC서울과 부산 아이파크의 K리그 44라운드가 펼쳐진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이영표가 찾았다. 이영표는 지난 2000년 안양LG(FC서울 전신)에 입단해 2002년까지 활약했다. 서울은 이영표에게는 친정과도 같은 팀이다. 시즌 마지막 경기를 맞은 서울 선수들에게 우승 축하와 격려를 해주기 위해 이영표는 경기장을 찾았다. 이영표는 최용수 서울 감독과 만나는 자리에서 그 등번호 미스터리에 대한 해답을 밝혔다.
최 감독이 포문을 열었다. 최 감독은 이영표를 향해 "2002년 월드컵 당시 내 등번호를 뺏아간 선수다. 이영표는 대단한 선수다. 10번을 달고 월드컵을 뛰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영표는 당황한 표정으로 "당시 아무도 10번을 달지 않으려 해서 내가 어쩔 수 없이 10번을 달았다. 당시 분위기에서 누가 10번을 달고 싶어 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해답이 나왔다. 월드컵이라는 최고의 대회, 게다가 안방에서 열리는 월드컵이기에 대표선수들이 갖는 부담감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그래서 대표팀 공격수들은 10번을 피했다. 그 부담감에서 조금이나마 달아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황선홍은 18번, 안정환은 19번, 최용수는 11번, 설기현은 9번을 택했다. 수비수 이영표가 10번을 달았던 이유다.
이영표는 2002 월드컵 당시 10번을 달아 일어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말했다. 이영표는 "내가 10번을 달고 나가서 왼쪽 아래(풀백 자리)로 내려가니까 상대 선수들이 당황스러워했다. 내가 10번을 달아 상대가 당한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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