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왜 매번 경기 전날 이러는 걸까요."
부산 아이파크의 한 프런트는 박종우(23)를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못한다.
박종우는 런던올림픽에 대표로 출전, 일본과 동메달결정전이 종료된 뒤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그라운드를 도는 세리머니를 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선수들이 정치적, 상업적, 종교적 메시지를 노출하거나 선전하는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IOC는 박종우의 이 행위가 '정치적'이라고 판단, 국제축구연맹(FIFA)에 진상조사를 요구한 상태다.
그런데 FIFA 상벌위원회의 논의는 예상보다 길어졌다. 당초 지난 10월 초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보였지만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시간이 지체됐다. FIFA 법무국은 대한축구협회에 추가 자료를 요청하는 등 정밀검토로 박종우의 속을 태웠다.
상벌위 결정을 기다리는 박종우의 마음은 '비움'이다. 어차피 내려지는 결정인 만큼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그런데 매번 징계위 논의가 경기 전날 이루어지면서 집중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최초 결정이 날 것으로 예상됐던 지난달 5일에는 바로 다음날 수원 삼성과의 K리그 35라운드를 앞두고 있었다. 자정까지 박종우와 안익수 감독, 구단은 징계 결정을 기다렸지만 연기됐다는 소식만 전해졌을 뿐이다.
같은달 24일 포항 스틸러스와 원정 경기를 앞두고는 '우발적 행동'이라는 자신의 생각이 담긴 자필경위서를 써야 했다. 경기를 앞두고 최대한 집중하고 정신적 안정을 해야 하는 중요한 상황에서 다른 데 신경을 써야 하니 지켜보는 프런트나 감독 입장에서는 속이 탔다. 그래도 대범하게 경기에 나선 박종우는 포항전에서 선제골을 넣으며 팀의 2-0 승리에 공헌했다.
하지만, 징계 결정이 길어지면서 훈련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안 감독은 박종우를 2군으로 보내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2군이라고 해도 같은 장소에서 훈련하는 등 환경적인 차이는 없는 상징적인 의미의 2군행이었지만 슬럼프 등을 우려한 안 감독의 현명한 결정이었다.
긴 시간 박종우를 속끓이게 했던 FIFA의 징계위원회는 20일 열렸다. 그런데 결과가 곧바로 전해지지 않고 최종 통보까지는 수 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필, 부산이 21일 포항전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또 한 번 주변의 시선을 부담스럽게 받아야 했던 박종우다. 그나마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든 결정이 내려졌다는 점에서는 다행스럽다. IOC의 최종 결정이 기다리고 있지만 FIFA의 선택이 가늠자가 된다는 점에서 숨을 죽이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상벌위 결과가 나오려면 시일이 걸릴 것이다. 논의가 종료된 것은 맞다. 공문이 도착하는 대로 알릴 예정이다"라며 수 일 내로 결과가 통보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종우의 기다림이 좀 더 길어지기는 했지만 어쨌든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서 더 이상 속을 태울 일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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