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울산 현대의 수문장 김영광(29)은 올해로 K리그 데뷔 11년차다. 전남 드래곤즈 유스팀 광양제철고 출신인 그는 2002년 전남을 통해 프로에 발을 들인 뒤 2007년 울산 현대로 이적했다.
그러나 K리그 경험은 10년째다. 2002년에는 온전히 벤치에서 머무른 철저한 후보선수였다. 그에게 정상 경험은 2006년 FA컵과 2007년, 2011년 리그컵 우승 등 세 차례였다.
하지만, 정규리그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아니었기에 완벽하게 기쁘지는 않았다. 리그컵에는 각 구단들이 유망주 중심으로 내보내 질적으로도 그렇고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기도 힘들었다. FA컵도 2008년 규모의 확대가 이뤄지고 나서야 대회의 중요성이 커졌다.
지난 시간을 뒤로 한 김영광에게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축구 인생에 중요한 방점을 찍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2009년 준비가 덜 된 상태로 나섰다가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쓴맛을 봤던 기억을 지울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김영광의 우승에 대한 열망이 남다른 데는 '아빠'와 '남편'으로서의 책임감도 한 몫 한다. 지난해 9월 김영광은 득녀하며 새로운 인생에 눈을 떴다. 경기를 앞두고 아내와 딸의 사진을 보며 늘 피로를 푼다는 그는 "우리 딸이 복덩이인 것 같아요"라며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팀의 승승장구를 설명했다.
지난달 중동과 중앙 아시아를 세 차례나 오가는 원정 일정으로 쌓인 극도의 피로감도 딸의 재롱과 아내의 헌신적인 내조로 풀었다. 그는 "의지를 다잡으려고 할 때마다 두 사람을 생각한다. 생각만 해도 즐겁다. 특히 아빠의 마음으로 (우승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멋진 가장이 되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경기 후 팬들에게 인사한 뒤 가장 먼저 하는 일도 관중석에 있는 아내와 딸을 찾아 웃는 일일 정도로 김영광은 '딸 바보'가 됐다.
김영광은 챔피언스리그 7경기에서 6실점하며 짠물 방어를 과시했다. 그렇지만, 모든 공은 동료들에게 돌렸다. "나는 막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공격수들이 골을 넣어주지 못하면 결과는 무승부다. 그렇기 때문에 내 몫만 충실하게 하면 좋은 일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라고 각오를 숨기지 않았다.
그의 우승 예감 뒤에는 동료들의 열망이 있다. 그는 "눈빛만 봐도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보인다. '오늘 죽어보자'라는 자세로 나서니 이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패하면 정말 죽을 것 같은 표정들이다"라며 울산 팀 창단 후 첫 아시아 정상 정복 의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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