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한국은 넘치는데 일본은 씨가 말랐다. 내년 봄 열리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번타자에 대한 각기 다른 고민이다.
WBC를 앞둔 한일 양국의 4번타자 고민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한국은 넘치는 후보 중 누구를 대표팀에 승선시켜야 하는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반면 일본은 마땅한 4번타자감이 없어 고민이다.
한국은 4번타자 후보들이 모두 1루수라는 점이 가장 큰, 그러면서 피할 수 없는 고민이다. 후보는 올 시즌 홈런-타점-장타율 '3관왕'에 빛나는 박병호(26, 넥센), 일본 진출 첫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이대호(30, 오릭스), 올 시즌 타격왕 김태균(30, 한화), 국내 복귀 후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이승엽(36, 삼성)이다.
이승엽을 제외하고는 모두 소속팀에서 4번타자를 맡고 있는 거포들이다. 이승엽 역시 삼성에서 4번타자로 나선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4명 모두 포지션이 1루수라는 것도 문제다. 한 명을 지명타자로 돌리고 한 명은 교체멤버로 뽑는다고 해도 4명 중 한 명은 대표팀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일본은 거꾸로 4번타자를 맡길 마땅한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퍼시픽리그 홈런왕 2연패에 성공한 나카무라 다케야(세이부)는 시즌 종료와 함께 왼쪽 무릎 십자인대 수술을 받았다. WBC 출전은커녕 다음 시즌 복귀가 언제일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요미우리의 아베 신노스케 역시 왼쪽 무릎이 완전치 않고 나카타 쇼(니혼햄)는 왼손가락 골절상을 입었다.
나카무라, 아베, 나카타는 모두 일본의 각자 소속팀에서 4번타자를 맡고 있다. 27홈런으로 퍼시픽리그 홈런왕을 차지한 나카무라를 비롯해 센트럴리그 홈런 2위(27개)의 아베, 이대호와 함께 퍼시픽리그 홈런 2위(24개)에 오른 나카타 모두 '거포 본능'을 갖춘 선수들. 그러나 이들 모두 WBC 출전은 불투명하다.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이대호의 팀 동료 T-오카다(오릭스)다. 일본 '스포츠닛폰'은 7일 4번타자 후보들의 줄부상에 따라 T-오카다가 대표팀 4번 후보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T-오카다는 이대호의 입단 전까지 팀의 4번타자로 활약한 선수. 2010년에는 33개의 홈런으로 퍼시픽리그 홈런왕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르면 이번주 WBC 대표팀 최종 엔트리 선정 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 국가대표팀 4번타자의 윤곽도 곧 드러나게 된다. KBO 기술위원회는 마지막까지 4번타자-1루수 선정에 골머리를 앓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마땅한 4번타자 후보가 없는 일본에게는 마냥 부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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