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영화 '늑대소년'이 개봉일인 지난 10월31일 '007 스카이폴'을 누르고 개봉일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개봉일은 힘이 들 것 같고, 주말 쯤 성적이 좋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던 조성희 감독의 말보다도 빠르게 흥행 청신호를 켠 셈이다.
지난 10월30일 서울 효자동에서 만난 조성희 감독은 전날 열린 '늑대소년 감성 콘서트'를 마치고 "스태프들과 오랜만에 만나 개봉 파티를 즐겼다"고 했다. 감독은 다소 피곤해보이는 눈으로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양해를 구하면서도 매 질문 성의있는 답을 이어가며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호평도, 그렇지 않은 평도 있지만 좋게 봐 준 일반 관객들이 많아 다행"이라며 웃어보였다.
"처음부터 예쁜, 동화같은 영화를 만들려고 했어요. 캐스팅 역시 그런 느낌을 살렸죠. 각자 이면에 다른 느낌이 숨어있는 배우들을 원했어요. 건전하고 건강한 이미지지만 이면엔 슬픔이나 사연이 있을 것 같은 박보영, 청소년과 남자의 경계에 있는 느낌의 송중기가 그랬죠. 송중기는 남자답고 시원시원한 성격을 지녔어요. 도도해보이지만 털털하고 인간적이고요. 두 사람이 연구도 많이 하고 준비도 많이 해 왔는데, 성실한 배우들과 작업할 수 있었던 게 감사하죠."
두 주연 배우 말고도, 영화의 중심을 잡은 사람들은 더 있다. 극의 초반, 당시 농촌 공동체의 따뜻한 정을 제대로 보여준 데다 웃음 코드까지 책임진 베테랑 배우 장영남이다. 극 중 순이(박보영 분)의 어머니를 연기한 장영남은 어느 날 나타난 거칠고 야생적인 생명체 늑대소년(송중기 분)을 집에 들여 따뜻하게 보살핀다. 늑대소년을 대하는 그의 모습은 낯선 존재를 대하는 불편함이라곤 전혀 없는, 그야말로 어머니가 자식을 대하는 얼굴 그대로였다.
"장영남 선배에게는 계속 쉬지 않고 뭔가 동작을 하고 이야기를 해 달라고 주문했어요. 그래서 애드립도 많았죠. 워낙에 그런 연기에 뛰어난 분이니 무척 잘 해 주셨어요. 활기 있고 푼수기도 있지만 사랑이 넘치는 캐릭터였죠. 영화의 배경은 1960년대지만 정확히 고정한다기보다는 현대와는 다른 느낌을 원했어요. 고증으로 채우기보다 이국적이고 동화적인 분위기를 원했죠. 그러면서 한국적인 느낌도요. 음악 감독이 이야기했듯 '초코파이같은, 정이 느껴지는' 분위기요."
유연석은 '늑대소년' 속 유일하게 악역을 연기했다. 주인공 순이를 향해 철모르는 집착을 하고 늑대소년을 없애기 위해 온갖 만행을 일삼는 지태(유연석 분) 역을 맡은 그는 앞서 조이뉴스24와 인터뷰에서 "캐릭터의 전사(前史)를 많이 상상했다"며 "지태도 동정받을만한 부분이 있는 캐릭터였다"고 설명한 바 있다. 조성희 감독은 "다른 인물보다 지태 캐릭터에 감정을 이입해 영화를 볼 때가 많다"며 "진심으로 절절한 마음을 표현할 줄 모르는, 외롭고 딱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유연석은 참 똑똑한 배우예요. 현장에서도 기계적으로 연기하지 않고, 준비도 정말 많이 해요. 대본에 가끔 틀린 대사가 있었는데, 연석 씨가 '이게 맞지 않나요?'라고 물어오면 영락없이 그게 맞았어요. 제가 놓친 것들을 많이 챙겨갔죠. 실제로도 정말 귀엽고 좋은 사람이예요. 연석 씨는 지태와 순이의 사연 등 지태의 과거에 대해서도 영화에서 드러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었는데 그게 나오지 않아 아쉽기는 해요."
조성희 감독은 극 중 지태 캐릭터가 자칫 개연성 없는 '나쁜 놈'으로만 비춰질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늑대소년'이라는 동화같은 영화의 차별점을 강조했다. 그는 "리얼리티를 추구하기보다 '뻥'을 즐기는 영화"라며 "동화 속 악당이 해야 할 일들을 지태가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지태 나름대로 늑대소년과는 다른 종류의 순애보를 갖고 있다"며 "그렇게 평면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날 감독은 촬영 중 일어났던 아찔한, 속은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유연석이 음주 운전을 하는 장면에서 실제로 술을 마셨다"며 "그 장면에 부담이 느껴진다길래 진짜 술을 줬다"고 말했다.
"술에 취해서도 대사를 안 까먹고 잘 하더라고요.(웃음) 밤 촬영이었는데 곧 해가 뜰 참이라 급하게 찍어야 했거든요. 복잡한 촬영이었는데 NG를 안 내줘서 다행이었어요."
송중기는 극 중 아역 배우를 안고 뛰는 장면을 비롯, 촬영 중 발목을 두 번이나 삐었다. 땅이 고르지 않은 곳에서 유독 뛰는 신이 많았던 탓이다. 감독은 제주도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당일 오후에 박보영을 업고 뛰는 촬영이 많았는데 또 꼬마를 안고 뛰어야 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 날 밥차에 육류 반찬이 없었는데 오징어링을 1인 당 4개만 먹으라고 하더라고요. 송중기가 '오징어링 하나만 더 먹었어도 더 잘 뛸 수 있었는데'라고 농담을 했죠.(웃음) 송중기는 쾌활하고 밝아서 현장에 에너지를 북돋워주는 사람이예요. 우리 현장이 평화롭고 조용해서 꼭 도서관 분위기였는데 중기는 '으쌰으쌰' 하고 다니면서 스태프들과도 잘 지내려고 노력했죠. 친화력도 좋고, 재밌는 사람이예요."
조성희 감독은 KBS 2TV 드라마 '착한남자'로 브라운관까지 사로잡고 있는 송중기의 행보에 "'너무 너무' 기분이 좋더라"고도 말했다. 그는 "제일 듣기 좋은 말이 우리 배우들, 스태프들 칭찬"이라며 "박보영 팬이 인터넷에 올린 '박보영 누나와 결혼하고 싶다'"는 글만 봐도 기분이 그렇게 뿌듯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송중기·박보영·유연석·장영남 등이 출연하는 '늑대소년'은 지난 10월31일 개봉해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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