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삼성 이승엽의 한마디가 SK 이호준을 일으켜 세웠다.
SK 4번타자 이호준의 한국시리즈 성적은 13타수 3안타 타율 2할3푼1리. 시즌 타율 3할(426타수 128안타)의 활약이 무색할 정도다. 4번타자에게 집중되는 상대의 견제와, 부담을 떨쳐내지 못한 것이 부진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는 잊지 못할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상대 구원투수 안지만의 공에 헛스윙 삼진을 당한 때였다. 이호준은 안지만의 높은 공에 어이없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이호준은 31일 잠실 5차전을 앞두고 "나중에 느린 화면으로 당시 스윙 장면을 다시 봤는데, 내 배트가 나오기 전에 공이 지나갔더라. 내가 프로야구 선수가 맞나 하는 생각에 '멘붕'에 빠졌다"고 털어놨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이호준은 4차전에서 2루타를 때린 뒤 김강민의 좌전 적시타 때 홈을 밟아 팀의 3-0 승리에 쐐기 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이날 활약의 열쇠는 이승엽의 한마디에 있었다.
이호준은 "지인이 전화통화 도중 모 선수의 인터뷰 내용을 이야기해주더라. 큰 경기에 중심 타자로 나서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이었다. 모 선수는 '이런 압박과 부담도 못 이기면 어떻게 프로야구 선수를 하나.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대답하더라. 나는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그런 생각을 하다니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호준이 밝힌 모 선수는 맞은편 덕아웃의 '국민 타자' 이승엽이었다. 이호준은 "이승엽은 언젠가 한 번은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드는 선수 아닌가. 그런 마인드가 있어 지금까지의 활약이 있었던 것이다. 나도 이제 4번타자로서의 부담은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임하려고 한다. 그런 생각을 가지니 조금은 편해졌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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