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삼성 라이온즈는 대다수 전문가들로부터 '1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사령탑 류중일 감독 역시 "4월에 승률 7할 정도만 하면 괜찮을 것 같다"며 초반부터 독주 태세를 갖추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전문가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던 LG 트윈스에게 홈개막 2연전을 모두 내주는 등 3연패를 당하며 불안하게 시즌을 시작한 것. 4월 삼성의 승률은 4할1푼2리(7승10패)로 류 감독의 기대보다 3할 가까이 낮았다. 순위도 7위까지 추락을 맛봤다.
결국 저력의 디펜딩 챔피언 삼성은 전력을 추스리며 치고올라가더니 정규시즌 '2연패'에 성공했다. 4월 부진을 교훈으로 팀이 하나로 뭉쳐 일궈낸 성적이다. 류 감독은 자신의 발언이 선수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 것 같다며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마찬가지다. 삼성은 SK에 절대 우세라는 평가 속에 1,2차전을 모두 이겼다. 삼성의 싱거운 우승으로 끝날 것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3차전에서도 삼성은 3회초까지 6-1로 앞서며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8-12로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한 뒤 4차전마저 1-4로 패했다. 이제 승부는 2승2패 원점으로 돌아갔다.
류 감독은 2연승 뒤 27일 예정됐던 3차전이 우천순연되자 "결과가 말해줄 것"이라며 여유로운 반응을 보였다. 경기가 하루 늦춰져도 승부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으로도 보였다. 하지만 비로 하루를 더 쉬며 2연패의 가라앉은 분위기를 씻어낸 SK는 3차전부터 전혀 다른 팀이 돼 있었다.
삼성으로선 시즌 초반의 위기를 기억해야 할 때다. 당시 삼성은 '언젠가는 치고 올라가겠지'라는 막연한 낙관을 버리고 위기감 속에 신중하게 경기를 치러나갔다. 막내급인 정형식은 당시를 떠올리며 "그 땐 분위기가 정말 무서웠다"고 말했다. 고참들이 중심이 돼 팀 분위기를 다져갔던 것이다.
삼성의 시즌 초반과 이번 한국시리즈는 '4번타자의 부진'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지난해 홈런왕' 최형우는 시즌 초반 4번으로 나서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계속해서 믿음을 보이던 류 감독도 결국 최형우를 2군으로 내리고 박석민을 4번에 기용하는 변화를 줬다. 이후 삼성 타선은 짜임새가 갖춰지기 시작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거꾸로 4번타자 박석민이 부진하다. 시즌 막판 옆구리 부상을 당하며 훈련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4차전까지 박석민의 타율은 8푼3리(12타수 1안타). 3,4차전에서 2연패를 당한 것도 찬스마다 4번타자가 침묵한 것과 무관치 않다.
정규시즌 최형우를 2군으로 내리고 타순에 변화를 준 것이 팀의 위기 탈출에 큰 도움이 됐다. 과감한 결정이 통했던 것. 단기전으로 치러지는 한국시리즈에서는 그런 과감한 결정이 더욱 중요할 수 있다. 4차전 종료 후 류 감독은 "내일 하루 지켜보고 박석민의 5차전 출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여전히 전력면에서는 삼성이 SK에 앞선다는 평가다. 정규시즌 때와 마찬가지다. 문제는 팀을 추스를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정규시즌과는 달리 한국시리즈는 이제 3경기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떻게 시즌 초반의 위기를 탈출했는지를 빨리 기억해내야 하는 삼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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