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SK 투수 박정배가 두 번째 기회를 잡았다. 롯데와 치른 플레이오프 출전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생애 첫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던 박정배. 그러나 삼성과의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그는 또다시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예상치 못했던 어깨 통증을 느낀 것이다. 이만수 감독은 플레이오프 5차전을 앞두고 "박정배는 어깨가 아파 휴식을 취한다"고 했다.
박정배는 지난 19일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0-3으로 뒤지던 5회말 선발 송은범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3이닝 3피안타 1실점을 기록했다. 문규현에게 2루타를 맞고 실점했지만, 타구가 조명 안으로 들어가 우익수 조동화가 놓치는 바람에 떠안은 점수였다. 박정배는 첫 포스트시즌 등판에서 자기 몫을 충분히 해냈다.
그러나 어깨 통증이 변수였다. SK가 한국시리즈에 오르며 엔트리가 다시 추려졌다. "부시가 합류한다고 들었다. 그럼 내가 빠지겠구나 싶었다." 당시 박정배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어깨 통증은 처음이라 마음이 급해졌다. 그러나 우려와는 달리 박정배는 한국시리즈에도 승선했다. 이만수 감독은 박정배에게 휴식을 지시했고, 트레이닝 코치는 시간이 날 때마다 그의 어깨를 체크했다. 박정배는 "구단에서 잘 관리해줘 쉬면서 치료를 받았더니 이제 말끔해졌다"며 기뻐했다.
박정배는 믿음에 호투로 보답했다. 지난 25일 한국시리즈 2차전, 역시 처음으로 밟은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그는 팀이 1-8로 뒤진 7회말 등판해 4타자를 연속 범타로 잡고 경기를 마무리했다.
28일 열린 3차전에서는 역전 승리의 발판을 놓는 역투를 펼쳤다. 선발 부시가 2이닝 3실점(2자책), 이어 구원 등판한 채병용도 0.1이닝 3실점하면서 내리 무너졌다. 채병용이 최형우에게 3점 홈런을 맞아 1-6으로 기운 3회초. 팀 세번째 투수로 나선 박정배는 박한이에게 안타를 내준 뒤 조동찬과 진갑용을 연속 뜬공 처리하고 길었던 이닝을 끝냈다.
이후 박정배는 5회까지 8타자를 상대해 뜬공 4개, 땅볼 1개를 솎아냈다. 사구 2개와 적시타를 맞고 1실점하긴 했지만, 박정배가 크게 흔들리던 마운드를 안정지킨 사이 SK 타선이 터져 5-7로 추격에 성공했다. 박정배는 5회초 2사 후 조동찬에게 적시 2루타를 맞고 송은범으로 교체됐다. 그리고 SK는 타선 폭발로 경기를 뒤집었고 송은범과 박희수, 정우람 필승조를 올려 승리를 매조지했다. 결과는 12-8 승리. 2패 뒤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SK는 희망의 끈을 이어갔다.
3차전 SK 승리의 주역은 여럿이지만 초반 무너진 마운드를 추슬러 추격에 힘을 실어준 박정배의 공이 상당히 컸다. 경기 후 이만수 감독도 "박정배가 없었으면 올해가 굉장히 힘들었다. 플레이오프서 어깨가 안 좋았지만, 잘해줬다. 박정배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3차전 박정배의 피칭은 이미 기운 경기의 패전 처리가 아닌, 추격의 기회를 마련해 승리에 보탬이 되는 활약이었다. 박정배는 "(송)은범이가 막고 타선이 터져 안도했다. 실점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다. 다행히 팀이 이겨 기분이 좋았다"면서 활짝 웃었다.
"어떤 상황이든, 내 자리에서 열심히 뛰는 게 구단의 믿음에 보답하는 길이다." 한국시리즈 2승 1패. 포스트시즌 무대에 늦깎이 데뷔한 박정배는 시리즈 남은 경기에서도 자신의 몫을 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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