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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식 상팔자', 촘촘했던 첫화…중년의 고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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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첫회, 복지 불안 문제부터 미혼모 향한 시각까지

[권혜림기자] 지난 27일 방영된 JTBC '무자식 상팔자'는 또렷한 캐릭터들 사이에서 앞으로 등장할 사건들을 촘촘하게 예고한 첫 화였다. 안 씨 집안의 세 아들과 그들의 식구들은 이 이상 분명할 수 없는 갈등 관계를 그리며 또 한 편의 사람 냄새 짙은 김수현 드라마의 탄생을 알렸다.

뚜껑을 연 '무자식 상팔자'는 안호식(이순재 분)·최금실(서우림 분)의 세 아들 희재(유동근 분)·희명(송승환 분)·희규(윤다훈 분) 가족을 중심으로 한 크고 작은 갈등들이 생생하게 얽힌 모양새였다. 우리 주변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 극 중 인물들의 사이를 가로지르며 시청자들의 몰입을 도왔다.

특히 극의 초·중반을 이끈 희명과 유정(임예진 분) 부부의 에피소드는 퇴직한 가장과 살림 전담 주부로 이뤄진 중년 부부들의 속내를 꿰뚫어 본 듯했다.

한 평생 '가족들을 위해' 일하다 퇴직한 희명은 소소한 여유를 누리며 노년을 즐기고 싶지만, 지나치리만큼 알뜰한 아내 유정의 타박에 기가 죽기 일쑤다. 여행차 떠난 일본에서 희명은 아이스크림과 돈가스를 못 먹게 했다는 이유로 유정에게 크게 마음이 상하고, 유정은 이를 빌미로 가이드 옆에만 꼭 붙어다닌 남편을 향해 진한 서운함을 느낀다.

얼핏 유정의 구두쇠 기질은 남편을 질리게 만들 만큼 지나쳐 보이지만 "운 나빠 100살까지 살면 우리 부부는 무료 시설에 들어가야 한다"는 그의 토로는 한 푼 두 푼 아끼며 불안 속에 노년을 준비해야 하는 오늘날 우리 중년들의 모습과 닮아있다. 희명·유정 부부의 이야기에는 노령화 사회에 접어들며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복지 제도에 대한 지적이 온전히 녹아있는 셈이다.

희명·유정 부부의 갈등이 시사하는 바는 더 있다. 이들 사이의 충돌은 서로의 입장에 대한 불충분한 이해에서 비롯됐다. 자신의 일평생을 가족을 위해 희생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희명이나 유정 모두 마찬가지. 부부의 다툼은 무임금 가사 노동과 임금 노동으로 분리된 성별 분업이 고민 없이 이어져 왔을 때, 남편과 아내가 각자 어떤 피해의식에 사로잡힐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소파가 망가지니 서재에서 자라"는 아내의 지적에, 희명은 "내 돈으로 산 소파"라고 일갈한다. 그러나 실질적 수입원으로 역할해 온 구성원이 희명이라 해도 가사 노동을 포함해 알뜰살뜰 재산을 관리해 온 인물은 극의 맥락상 유정일 터. 이들의 이야기는 전형적 임금 노동자인 남편과 전업 주부인 아내가 맞닥뜨리기 쉬운, 일반적이고도 평범한 문제들을 함축한다.

'무자식 상팔자'가 임금이나 수치로 매겨지지 않은 가사 노동의 가치에 대해 어떤 식으로 입을 열 지 궁금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김수현 작가는 앞서 KBS 2TV 드라마 '엄마는 뿔났다'의 가정 주부 한자(김혜자 분)를 통해서도 비슷한 맥락의 문제를 흥미롭게 다룬 바 있다.

그런가 하면 극의 후반부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린 사건은 단연 희재·지애(김해숙 분)의 딸 소영(엄지원 분)의 임신 소식이었다. 판사이자 집안의 자랑거리인 소영이 돌연 만삭의 몸으로 나타나자 희규의 아내 새롬(견미리 분)은 아연실색한다.

남편이 누구냐는 말에 "죽었다"고 답하고, 재판은 어쩌고 있냐는 물음엔 "사직서를 냈다"고 싸늘하게 답하는 소영이 어떤 사연을 숨기고 있는지, 시청자들의 궁즘증을 자극하기 더없이 충분한 상황이다.

첫 화부터 미혼모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은 줄곧 사회적 소수자를 극의 중심에 세워 온 김수현 작가의 전력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 전작 SBS '인생은 아름다워'에선 동성애 연인을, KBS 2TV '부모님 전상서'에선 자폐 아동을 등장시켜 그간 우리 주변에서 소외돼 온 존재들에 대해 주의를 환기하는 데 성공했다.

똑똑한 딸이자 손녀, 조카였던 소영이 미혼모의 삶을 택한다는 설정은 사건의 폭발력을 한층 강화한다. 성인인데다 남부러울 것 없는 직업에 미모까지 갖춘 그가 한순간 가족의 고민거리로 전락하는 순간은 미혼모 문제를 바라보는 등장 인물들과 시청자, 모두의 시선을 돌아보게 만든다.

30부작으로 편성된 '무자식 상팔자'는 매주 토·일요일 오후 8시 50분 방송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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