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을 버려라."
이만수 SK 감독이 미팅을 소집했다. 한국시리즈 3차전을 하루 앞둔 26일 문학구장 자율훈련 전이었다. 이 감독은 "선수단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전체 미팅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전 경기나 기술력에 관한 이야기는 오가지 않았다. 이 감독은 이번에도 뒷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 펼쳤다. 선수들을 위해 쓴 글이었다. 여기에는 이 감독이 선수들에게 전하고 싶은 7가지 조언이 담겨 있었다.
"1, 2차전에서 2패를 했다. 그건 우리가 홈에서 2승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홈 이점을 생각하고 신 나게 가자. 어제 경기 종료 후 지인에게 문자가 왔다. 삼성의 우승확률이 93%, 우리가 7%라고 하더라. 7%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1%보다 확률이 높은 것 아닌가.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을 버려라."
선수들에게 긍정의 힘을 심어주기 위한 이 감독의 노력이었다. 그는 이어 "마리오에게 웃으라고 했다. 미국에서는 플레이오프를 정규시즌 후의 보너스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한국시리즈에 온 것은 잘했기 때문이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정규시즌과 플레이오프 모두 힘겨운 싸움이었다. 정규시즌에서는 이 감독 부임 이후 최다 8연패에 몰리며 6위까지 순위가 떨어졌다가 결국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고다. 플레이오프에서도 롯데와 5차전 혈투 끝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일궈낸 SK. 그러나 강력한 무기인 '경험'을 앞세우고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톱니바퀴처럼 잘 물려 돌아가는 삼성의 전력과 비교돼 아쉬운 플레이가 많았다. 이 감독도 "우리는 잘해서 (정규시즌) 2위를 한 거다. 상대가 긴장해야 하는데, 우리가 더 긴장했다"고 짚었다.
SK는 한국시리즈 1, 2차전을 모두 내주고 운명의 홈 3차전을 앞두고 있다. 예상치 못했던 2연패 충격은 컸다. 무엇보다 2경기서 10안타 4득점에 그친 타선의 부진이 크게 느껴졌다.
이 감독은 이에 "돌파구는 없다"고 했다. "마인드다. 생각을 바꿔야 한다. 연습을 많이 한다고 좋아지면, 종일 연습할 것이다. 시즌처럼만 하면 된다. 상대 투수가 아무리 좋아도, 정규시즌에 우리가 10승 9패를 기록한 똑같은 투수들이다."
이 감독은 "2패 뒤 4연승, 그게 바로 우리 팀이다. 여러분이 한 일 아닌가"라며 두산에 기적같은 역전승을 거뒀던 2007년 한국시리즈의 기억도 되살렸다. "지나간 일은 잊어라." 이 감독이 전한 긍정의 목소리가 비룡 군단을 일으켜 세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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