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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만 돌파 '광해', 논란 많았지만 영화는 通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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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혜림기자] 추창민 감독의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한국 영화 사상 일곱번째로 1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2012년은 '도둑들'과 '광해, 왕이 된 남자'라는 두 편의 천만 영화가 탄생한 이례적 연도로 기록될 법하다.

21일 오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는 지난 20일 618개 스크린에서 2천925회 상영돼 22만1천229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지난 9월13일 개봉한지 38일 만에 누적 관객 1천4만1천566명을 기록했다.

1천만 관객 돌파를 코앞에 두고 '광해'는 '1+1 행사'를 비롯한 이벤트로 1천만 영화 만들기에 무리하게 힘을 줬다는 지적을 얻기도 했다. 앞서 지난 9월 개봉 당시에는 '광해'를 배급한 국내 최대 배급사 CJ E&M이 자사 영화에 상영관을 몰아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 '작은' 영화들과 예기치 못한 신경전에 놓이기도 했다.

그러나 숱한 논란에도 변하지 않은 것은 영화 자체에 대한 대중의 호평이었다. 독과점 논란, '꼼수'로 지적된 천만 영화 만들기 이벤트에는 눈살을 찌푸린 관객들이 있었을 법 하나 이 웰메이드 영화의 만듦새 자체를 폄하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도둑들'은 반짝이는 오락성으로, '괴물'은 뛰어난 스펙타클과 무릎을 탁 칠 만한 정치적 알레고리로 관객들의 마음을 훔쳤다. '광해'는 배우들의 호연과 당대의 화두를 녹인 주제의식, 세대를 뛰어넘은 보편적 공감 포인트를 두루 지닌 보기 드문 대중 영화였다.

이병헌만 잘 했나…류승룡·장광·김인권 호연 빛났다

죽음의 공포에 떠는 왕 광해와 능청스런 천민 하선을 두루 무리없이 소화한 이병헌은 영화를 빛낸 일등공신이었다. '광해'는 확실히 이병헌이라는 배우가 지닌 묵직한 존재감과 천재성을 확인시켜 준 영화다. 관객들은 광해와 하선으로 분했을 때, 인물에 따라 낯빛 자체를 새롭게 만들어낼 줄 아는 이병헌의 연기력에 혀를 내둘렀다.

'광해'가 1천만 관객을 홀린 데 제 역할을 해 낸 것은 비단 이병헌 뿐만이 아니었다. 극 중 도승지 허균 역을 맡아 이병헌과 호흡을 맞춘 류승룡은 깊이있는 눈빛으로 전작과는 180도 다른 연기 세계를 펼쳤다.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희대의 카사노바로 분해 2012년 상반기를 뒤흔든 그가 '광해'를 통해서는 말은 없지만 속은 깊은, 평생을 곁에 두고 싶을 법한 벗으로 변신했다.

도부장 역의 김인권은 코믹한 호흡 속에서도 진한 여운과 감동을 남긴 배우였다. '광해'의 막바지, 그의 최후는 적지 않은 관객들의 눈물을 쏙 뽑아내며 영화 속 잊지 못할 장면으로 거듭났다.

배우 장광을 다시 발견하게 만든 조내관 캐릭터는 또 어떤가. 하선의 진실을 알면서도 시종일관 차분한 모습으로 그를 보필한 조내관은 장광을 만나 제대로 살아난 인물이었다. 전작 '도가니'에서 인면수심의 교장을 연기했던 그가 '광해'에서 보여준 새로운 얼굴은 장광이 뒤이어 연기할 '26년'의 '그 사람'까지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시대의 화두 녹인 주제의식, 보편적 공감 불렀다

대선을 불과 몇 개월 앞두고 개봉한 '광해'는 현 정국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복잡한 심경을 차분히 가다듬게 만든 동시에 현실에 없을 이상적 정치인을 꿈꾸게 하는 이중적 역할을 수행했다. 뭣 모르고 왕좌에 앉았지만, 진짜 왕보다 더욱 속 깊게 백성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그의 모습들은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영화의 특별한 재미로 남았다.

시사적인 메시지를 직구로 날리기보다 '광해'는 생각할 거리를 천천히 던져주는 편을 택한 영화다. 그래서 '광해'는 누구에겐 정치적인, 또 다른 누구에겐 인간적인 감흥을 안기며 관객 각자에게 다른 여운을 주는 데 성공한다. 한없이 보편적인 흐름을 이어가면서도 사이 사이 열어둔 해석의 가능성은 '광해'가 지닌 더없이 큰 미덕이기도 하다.

나이와 성별, 정치색을 초월해 폭넓게 소구할만한 어렵지 않은 소재와 에피소드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흥행 요인일 것이다. 하선은 허균, 조내관, 도부장, 중전 등 모든 인물들과 균등한 관계를 맺으며 흥미진진한 사건들을 펼친다. 티격태격하면서도 결국은 애틋해지는 이들 사이의 이야기들은 영화가 지닌 인간미를 한껏 끌어올렸다.

한편, 역대 한국 영화들 중 1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로는 '도둑들'과 '괴물', '왕의 남자'와 '태극기 휘날리며', '해운대', '실미도'가 있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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