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믿었던 불펜이 무너졌다. SK의 '철벽 셋업맨' 박희수는 동점타를 허용했고, 마무리 정우람은 밀어내기 볼넷으로 결승점을 내줬다.
17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롯데의 플레이오프 2차전. 초반부터 앞서가던 SK는 7회초 수비 실책과 연속안타로 4-3 추격을 당했다. 1사 2루 위기가 계속되자 SK 벤치는 엄정욱을 내리고 박희수를 올렸다. 그러나 올 시즌 홀드왕에 오른 박희수는 그만 대타 조성환에게 동점 적시타를 내줬다.
설상가상으로 정우람마저 무너졌다. 이날 따라 유독 제구에 곤란을 겪은 그는 연장 10회초 안타와 사사구 2개로 2사 만루에 몰린 뒤 정훈을 밀어내기 볼넷으로 내보내 역전을 허용했다. 결국 SK는 4-5로 패했고, 정우람은 패전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믿었던 두 투수가 한꺼번에 난조를 겪었다는 점에서 SK의 근심이 적지 않다. 결과보다도 투구 내용이 평소같지 않았다. 박희수는 등판하자마자 적시타와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고, 8회초에는 1사 뒤 전준우에게 우측 2루타를 얻어맞기도 했다. 탁월한 위기 관리 능력으로 후속 황재균과 문규현을 범타 처리했지만 '완벽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9회 등판한 정우람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등판하자마자 김주찬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하는 등 그답지 않은 투구가 이어졌다. 9회 2사 1,2루에선 박종윤을 3루수 플라이로 잘 처리했지만 결국 10회 고비를 넘지 못했다.
이날 박희수와 정우람 콤비의 성적 합계는 3.2이닝 4안타 5사사구 1실점(박희수가 내준 점수는 엄정욱의 실점). 모두 72개의 공을 던지며 분전했지만 매 이닝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내며 고전했다. 이들은 정규시즌 WHIP 0.93을 합작했다. 이닝당 채 한 명의 주자를 내보내지 않았던 모습이 이날 2차전에선 사라진 것이다.
관건은 앞으로의 피칭이다. 19일부터 사직에서 열리는 3, 4차전은 앞선 2경기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열린다. 다 진 경기를 잡아낸 롯데 타자들은 기가 살 대로 살았다. 난공불락으로만 여겼던 SK 불펜 공략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한껏 고조됐다. 더구나 사직은 문학과 달리 열렬한 부산팬들의 응원이 집중되는 곳이다. 한 번 난관에 봉착한 SK의 '승리 방정식'이 향후 실패의 후유증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올 시즌 박희수와 함께 최고 셋업맨으로 꼽힌 두산 홍상삼이 좋은 예다.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서 결정적인 홈런을 허용한 홍상삼은 이후 제 페이스를 회복하지 못했고, 시리즈 내내 불안한 투구로 일관했다. 경기 후반 뒷문이 부실해진 두산은 결국 1승3패로 롯데에 밀려 허망하게 탈락했다.
물론 섣부른 비관은 시기상조다. 아직은 한 경기 결과에 불과하다. 더구나 박희수와 정우람 콤비는 경기 경험도 풍부한 편이다. 혹사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박희수는 최근 2년간 무려 149이닝을 소화했다. 정우람은 프로 9년 통산 498.1이닝을 던졌다. 나이는 27세이지만 산전수전 다 경험해본 베테랑이다. 한 번 어려움을 겪었어도 금방 훌훌 털고 일어날 선수들이라는 평가다.
이효봉 XTM 해설위원은 18일 "어제 경기(2차전)는 예외적인 상황이었다고 봐야 한다. 경기를 하다 보면 안 풀릴 때도 있기 마련"이라며 "정규시즌 한창 좋았을 때와 비교해선 결과가 좋진 않았지만 워낙 많은 경기를 치렀고, 일정 반열에 오른 선수들이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흔들리거나 하진 않을 것이다. 향후 시리즈를 치러나가는 데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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