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준플레이오프 4경기는 불펜 싸움에서 승부가 갈렸다. 두산이 후반 불펜의 난조로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잇따라 내준 반면 롯데는 중간계투진의 착실한 이어던지기와 정대현의 마무리 솜씨로 포스트시즌 첫 관문을 통과했다.
SK와 롯데가 맞붙는 플레이오프 또한 불펜 싸움에서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포스트시즌의 특성상 일방적인 경기 흐름은 나오기 쉽지 않다. 선수들의 집중력이 최고조에 올라 있는 시기다.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다가 경기 중후반 단 한 번의 기회(위기)를 살리느냐(막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공산이 크다. 따라서 선발 투수가 바뀐 뒤 마운드에 오를 두 팀의 불펜진이 한국시리즈 진출의 키를 쥔 셈이다.
더구나 SK와 롯데는 불펜이 강하다. 특히 SK는 박희수와 정우람이란 '승리 방정식'을 보유했다. 8승1패6세이브34홀드 평균자책점 1.32를 기록한 박희수는 프로야구 최고 셋업맨으로 거듭났다. 정교한 제구력으로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을 정확히 공략한다. 상대 타자들은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다"며 혀를 내두르기 일쑤다. 2승4패30세이브 평균자책점 2.20을 올린 정우람 역시 리그의 대표적 마무리로 부상했다.
이들은 모두 좌완이지만 좌타자는 물론 우타자에게도 강한 편이다. 무엇보다 둘은 롯데에 유독 강했다. 박희수는 올 시즌 롯데전 10경기서 6승1세이브 평균자책점 1.38로 압도적인 성적을 올렸다. 정우람 역시 5경기 3.2이닝 동안 6탈삼진 1안타 무실점으로 4세이브를 챙겼다. SK가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는 이유다.
롯데 불펜도 무시할 수 없다. 셋업맨과 마무리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정대현을 축으로, 김사율, 김성배, 최대성 등이 언제든지 등판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쳤다. 특히 정대현은 준플레이오프 3경기서 4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두산 타선을 틀어막었다. 롯데가 4경기만에 시리즈를 끝낼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였다. 이밖에 시즌 2승3패34세이브를 기록한 김사율도 경우에 따라서는 정대현과 더블 클로저로 활약할 전망이다. 150㎞대 후반의 강속구를 던지는 최대성과 사이드암 김성배, 좌완 강영식 등 불펜의 구성도 다양하다.
이들의 불펜 싸움에 더 눈길이 쏠리는 건 두 팀 모두 확실한 선발 투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SK는 윤희상과 송은범, 롯데는 송승준과 셰인 유먼 정도를 제외하면 특별히 눈에 띄는 선발투수가 없다. 결국 불펜이 어느 정도까지 버텨주느냐에 따라 승부가 결정날 전망이다.
SK와 롯데는 지난해에도 플레이오프에서 만났다. 5차전까지 가는 혈전 끝에 SK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올해 역시 시리즈가 장기전으로 흐를 가능성을 무시하지 못한다. 2년 연속 외나무 다리서 만난 이들은 16일 인천 문학구장서 첫 대결을 벌인다. SK는 김광삼, 롯데는 유먼을 1차전 선발로 내세울 전망이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