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지옥은 지옥이지만 좋은 결과를 내야죠."
기성용(23, 스완지시티)은 지난 2009년 2월 테헤란에서 열린 이란과의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아시아 최종예선에 대표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하며 아자디 스타디움의 광적인 응원 열기를 경험했다.
당시 대표팀 막내였던 기성용은 선참들이 이끄는 대로 플레이를 펼쳤다. 갓 스무살 된 청년이었던 그는 3년이 흐른 현재 대표팀의 중심축으로 성장해 다시 테헤란을 찾았다. 무대는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4차전이다.
기성용의 컨디션은 완벽하지 않다. 지난 6일 레딩과의 리그 경기에서 오른쪽 종아리 타박상을 입어 무리하지 않으면서 감각을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100% 몸 상태를 만들기 위해 노력중이다. 될 수 있으면 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며 중요한 일전에서 키(key)가 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기성용은 지난 9월 우즈베키스탄과 3차전에서 뜻밖의 헤딩 자책골을 넣는 등 대표팀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플레이를 보여줬다. 바로 전인 8월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뒤 A대표팀에 소집돼 동기부여가 덜 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는 "자책골도 집중했다면 나오지 않을 수 있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라며 아쉬웠던 그 때를 돌아본 뒤 "앞으로 좋은 경기를 한다면 만회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 경기는 다 잊었다"라고 쿨한 태도를 보였다.
기성용과 함께 중원을 책임질 파트너는 김정우(전북 현대), 박종우(부산 아이파크)로 압축됐다. 연습 때는 기성용을 축으로 둘이 번갈아가며 호흡을 맞췄다. 김정우가 많이 뛰어다니며 공간을 커버한다면 박종우는 상대를 터프하게 압박하며 프리킥 능력까지 갖춰 서로 플레이 스타일이 상이한 자원이다.
터프함과 킥력을 갖춘 기성용 입장에서는 서로 보완할 수 있는 김정우가 더 편할 수 있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는 "편한 선수들이고 호흡을 맞춰봤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 우즈베키스탄 원정에서 이기지 못했어도 최선을 다했고 지지 않았다. 이란전에서는 자신감 있게 나서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라며 긍정을 노래했다.
이란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0만 관중이 내뿜는 응원 열기에 위축되지 않는다면 충분히 한국이 하고자 하는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는 "이란이 전방에서 압박이 강해 수비에서 주춤하다가 쉽게 당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관중이 많이 오기 때문에 분위기에도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라며 집중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자바드 네쿠남(에스테그랄)이 "한국을 지옥으로 인도하겠다"고 한 말에 대해서는 재치있게 받아쳤다. 그는 "(테헤란이) 지옥이 맞는 것 같다. 인터넷도 잘 안 되고 날씨도 이상하고 그라운드도 좋지 않다"라며 열악한 상황인 점은 인정했지만 승부에서만큼은 지옥을 맛볼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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