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경기는 선수가 하는 거라 준플레이오프에서는 특별한 주문은 없다."
롯데 자이언츠 양승호 감독은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벤치 지략대결'에 관한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마이크를 곧장 건네받은 두산 베어스 김진욱 감독은 "그렇지 않다. 정규시즌에서 양 감독의 스퀴즈 작전으로 진 기억이 뚜렷하다"면서 "이번에도 롯데 벤치에서 다양한 작전이 나올 걸로 보고 있다"고 반박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두 팀 사령탑의 신경전은 이미 시작됐다. 김 감독이 꼽은 경기는 지난 8월 26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양 팀간 맞대결이다. 당시 롯데는 1-2로 끌려가던 8회말 1사 3루 상황에서 김주찬이 번트를 대 3루 주자가 홈을 밟아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당황한 두산 수비진은 타자 김주찬의 출루도 허용했고 롯데는 손아섭의 안타로 1사 1, 3루 기회를 이어갔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롯데 벤치는 용덕한에게 번트를 지시, 결국 스퀴즈 번트로 결승점을 냈다.
양 감독은 "작전수행 능력이 두산과 견줘 떨어진다"며 "그래서 부담을 주기보다는 선수들이 편하게 경기를 뛰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마음놓고 배트를 휘두르라고 얘기를 할 생각인데 그게 작전"이라고 했다.
양 감독은 이번 준플레이오프 앞두고 선수들에게 부담감을 최소화하는 게 우선이라고 줄곧 강조했다. 사실 롯데는 지난 9월 초반만 해도 준플레이오프보다는 플레이오프에 눈길이 가 있었다. 하지만 주전선수들의 줄부상이 이어지면서 투타 밸런스가 와르르 무너졌다. 7연패에 빠진 후 연패를 끊더니 다시 5연패에 빠지는 등 최악의 시즌 후반기를 보냈다.
양 감독은 6일 SK 와이번스와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 앞서 "정말 그 당시엔 고교야구팀과 경기를 했어도 이길 방법이 없었다. 한 경기만 이기면 됐는데 역시 마음먹은 대로 풀리지 않았다"며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오히려 당시 부진이 이제는 약이 될 수도 있다. 롯데 벤치나 선수들 모두 이제는 더 이상 떨어질 데가 없기 때문에 되려 마음은 편할 수 있다. 양 감독은 "4위로 준플레이오프에 나서는 게 오히려 더 나은 부분이 있다"고 했다. 롯데는 떨어진 분위기를 추스렸고 이제는 반전에 나설 차례다.
롯데는 단일리그가 정착된 뒤 처음으로 1992년 정규시즌 3위 팀으로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해 우승을 차지한 경험이 있다. 양승호 감독의 머리속엔 그 때 그 그림이 그려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
선수들에게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양 감독이지만 6일 SK와 최종전을 앞두고 의미있는 한 마디를 했다. 당시 양 감독은 "단기전 특성상 벤치에서 작전이 나올 확률은 정규시즌과 견줘 높긴 하다"며 "포스트시즌 승패는 선수들이 벤치에서 낸 한두 번의 작전 수행을 얼마나 실수 없이 잘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두산도 롯데와 마찬가지로 준플레이오프에서부터 치고 올라가 정상에 오른 기억이 있다. 2001시즌 두산은 준플레이오프에서 한화 이글스를, 플레이오프에선 현대 유니콘스를 꺾고 한국시리즈에 올라 삼성 라이온즈를 4승 2패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두산은 현대와 삼성에게 각각 먼저 1차전을 내줬지만 승부를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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