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두산 베어스는 '양극화의 팀'이다. 8개 구단 최고로도 꼽히는 마운드와 달리 타격은 시즌 내내 헤맸다. 경기당 평균 3.93득점에 그쳤다. 투수진 평균 실점은 3.90. 매 경기 승리를 낙관할 수 없는 양상으로 진행됐다는 얘기다. 투수들이 4점을 주면 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두산의 공격력이 올 시즌 들어 갑자기 침체한 건 결국 중심타선의 약화와 관계가 있다. 라인업의 한 가운데가 허전해지니 점수 내기가 쉽지 않았다. 붙박이 4번타자 없이 한 시즌을 끌어온 한계였다. 다만 시즌 막판 들어서야 타선의 짜임새가 한결 강화된 모습이었다. 원인은 '신예 거포' 윤석민의 부상이다.
김진욱 두산 감독은 시즌 후반기부터 윤석민을 붙박이 4번타자로 기용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올스타 휴식기 이후 타율 3할1푼9리 6홈런을 기록하며 타선의 활력소가 됐다. 올 시즌 윤석민은 4번타자로 나섰을 때 타율 3할8리 5홈런 24타점으로 두드러진 활약을 했다.
윤석민의 활약 뒤에는 3번타자 김현수의 존재가 큰 도움이 됐다.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좌타자 중 한 명인 김현수가 앞에서 최대한 투수들의 진을 빼준 덕에 윤석민은 한결 수월한 상황에서 타격에 임할 수 있었다. 김현수라는 큰 산이 앞에서 엄호를 해주자 윤석민의 본실력이 발휘될 수 있었던 셈이다.
비록 김현수의 후반기 타율(0.243)이 전반기(0.322)에 비해 많이 처진 건 사실이지만 이들이 짝을 이뤘을 때 두산 타선은 한결 생기가 돌았다. 이들 듀오의 존재가 두산의 후반기 상승세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둘은 포스트시즌에서도 두산 타선의 '버팀목'이 될 전망이다. 더구나 김현수는 준플레이오프 9경기 통산 타율 3할(30타수 9안타) 2홈런으로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이들도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기대감을 잘 알고 있다. 김현수는 "최대한 롯데 투수들의 진을 빼겠다. (윤)석민이 형에게 최대한 많은 찬스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라도 상대 투수들의 투구수를 늘리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윤석민도 "4번타자 경험이 쌓이면서 타석에서 점점 더 편안해진다. 주위의 기대감이 다소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보여줄 생각"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김진욱 감독은 "두산은 항상 큰 경기에서 강했다. '미러클 두산'을 한 번 더 재현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두산의 통산 4번째 우승을 위해 'K-Y포'가 손바닥을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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