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영화 '피에타'로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이 서신을 통해 영화의 상영 종료 일자를 알렸다. 작은 영화들로 '피에타'의 빈 자리를 채워줄 것도 당부했다.
24일 오후 12시 경 김기덕 감독은 "극장 독점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당사자로서 9월6일 개봉한 '피에타'의 상영종료를 배급사와 논의하여 개봉 28일째 4주차를 마지막으로 10월3일 모든 극장에서 깨끗이 내릴 것"이라며 "그리고 그 자리에 기회를 얻지 못하는 작은 영화에게 상영기회가 주어지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지금 이 시간에도 한 극장에라도 걸리기를 기도하며 창작자로서 피를 토하며 어렵게 영화를 만드는 많은 영화인들이 있다"며 "그동안 많은 영화들이 기록 갱신을 위해 몇 푼을 더 벌기위해 작은 점유율에도 극장을 놓지 않고 극장을 무리하게 차지하고 있었다"고 다시 한번 거대 배급사들의 스크린 독점에 문제를 제기했다.
김기덕 감독은 앞서 '피에타'의 황금사자상 수상 기자회견 자리에서 영화의 극장 독점과 '퐁당퐁당' 교차 상영 문제, 창작자의 제작 환경 문제를 힘주어 비판한 바 있다.
한편 감독은 이번 서신에서 "저의 한없이 부족한 영화 '피에타'가 이번 주말 관객 50만을 넘었다"며 "저에게는 50만이 아니라 500만이 넘은 영화와 다름없다. 특히 피에타는 20대부터 70대 어르신 분들까지 모두 '피에타'를 골고루 관람해 주셨다"고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하 김기덕 감독 서신 전문
'피에타' 관객 분들께 감사드리는 글.
저의 한없이 부족한 영화 '피에타'가 이번 주말 관객 50만을 넘었습니다.
저에게는 50만이 아니라 500만이 넘은 영화와 다름없습니다.
특히 피에타는 20대부터 70대 어르신 분들까지 모두 '피에타'를 골고루 관람해 주셨습니다.
오락영화도 상업영화도 코미디영화도 아닌 피에타를 50만 관객이 참여했다는 사실은 저 개인의 가치보다 한국 영화문화가 선진국으로 나가는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외국을 다니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이 20대부터 70대까지 한 영화를 보고나서 극장 앞에서 신구세대가 자유롭게 그 영화를 토론하는 모습이었는데 '피에타'를 통해 그런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피에타' 베니스 수상으로 기자회견에서 메이저 영화의 극장 독점과 교차 상영에 대한 문제와 창작자 우선의 제작 환경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멀티플렉스의 극장을 한 두 영화가 독점하고 있고 동시대를 사는 영화인들이 만든 작은 영화들이 상영기회를 얻지 못하고 평가도 받기 전에 사장되고 있습니다.
또 창작자의 영역이 좁아지고 투자자의 생각이 중심이 되어 감독들이 교체되고 그들에 의해 과거 성공한 외화들이 정체불명의 이상한 한국영화로 둔갑하여 극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그 영화들이 한국의 수많은 영화학교 영화인들이 땀 흘리며 공부하여 만들고 싶었던 신선하고 건강한 한국영화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창작물인지 되돌아 볼 때입니다.
최근 10년의 그 창의적인 영화적 도전과 성과들은 지금 거의 실종되고 투자자의 직원들이 주문하는 어디선가 본 듯한 영화들이 자존심 없이 관객숫자와 수익의 가치로만 평가되어 100년을 내다봐야할 영화산업이 단기생명으로 절벽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메이저는 돈이 안되면 극장을 부수어 다른 업종을 하면 그만이지만 그 과정에서 희생된 창작자와 후퇴한 관객들은 누가 책임을 질것입니까?
지금 이 시간에도 한 극장에라도 걸리기를 기도하며 창작자로서 피를 토하며 어렵게 영화를 만드는 많은 영화인들이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영화들이 기록 갱신을 위해 몇 푼을 더 벌기위해 작은 점유율에도 극장을 놓지 않고 극장을 무리하게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극장 독점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당사자로서 9월6일 개봉한 '피에타'의 상영종료를 배급사와 논의하여 개봉 28일째 4주차를 마지막으로 10월3일 모든 극장에서 깨끗이 내릴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기회를 얻지 못하는 작은 영화에게 상영기회가 주어지기를 진심으로 희망합니다.
건강한 한국영화의 미래를 기대하는 관객 분들과 '피에타'를 관람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2012년 9월 24일 김기덕 감독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