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리기자] 어린 시절 누군가가 '넌 하고 싶은 게 뭐냐, 뭘 잘 하냐'고 물어보면 가장 난감했었다. 내가 무엇을 잘 하는지, 혹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몰랐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
그런 점에서 지드래곤은 행운아라고 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본인이 하고 싶은 것, 또 잘 하는 것에 관해 뚜렷했던 주관은 지금의 '아이콘' 지드래곤을 만들었다.
두 번째 솔로 앨범 '원 오브 어 카인드(ONE OF A KIND)'에서도 음악에 대한 그의 주관은 느껴진다. 지드래곤이 생각하는 콘셉트는 '자유분방, 천방지축'. 한 마디로 그가 하고 싶은 음악을 구분 없이, 앞뒤 없이, 모두가 깜짝 놀라게 할 정도로 보여주겠다는 선전포고나 마찬가지다.
"사실 콘셉트가 따로 있는 건 아니에요. 앨범 제목처럼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남들이 못 하는 것, 유일한 것을 하려고 많이 노력했죠. 그게 바로 콘셉트인 것 같아요."
지드래곤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 그것에 대한 해답의 열쇠는 지드래곤이 가지고 있었다.
"정형화된 것은 어떻게 보면 안 어울릴 것 같고, 개인적으로는 어려운 것을 조금 쉽게 푸는 능력이 다른 사람보다는 많은 것 같아요. 그게 제 장점 중에 하나인 것 같기도 하고 뮤직비디오나 음악도 재미없을 것 같은 것들을 좀 더 재밌게 푸는 방법을 많이 아는 것 같기도 하고, 하기 어려운 말들도 더 하려고 했던 것 같고…그런 점들 아닐까요?(웃음)"
그러나 빅뱅 활동을 하면서, 혹은 솔로 앨범을 위한 공백기를 가지면서 보낸 3년의 시간은 지드래곤을 더욱 성장시켰다.
"예전에는 이런 음악이 나왔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또 내가 이 노래에 어떤 메시지를 담아야 할지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솔직히 아무 생각 없이 음악을 만드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멤버들이나 테디형이랑 계속 음악을 만들면서 음악은 음악일 뿐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거창한 메시지를 담는다기 보다는 내가 오늘 느낀 기분, 운전을 하다가 느낀 것들처럼 사소한 감정을 담으려고 했어요. 3년 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죠. 모든 분들이 그런 생각을 가졌을 법한 느낌을 담아서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때로는 시간이 약이 될 때가 있다. 지드래곤에게도 시간은 약이 됐다. 나이를 먹는 것은 때로는 슬픈 일이지만, 또 때로는 축복이다. 좀 더 여유를 되찾았고, 잊었던 음악을 하는 재미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가장 중요한 건 재미인 것 같아요. 비디오나 음악이나 하는 사람이건 듣는 사람이건 재밌게 느낄 수 있는 게 최고죠. '즐겁게 하자'가 이번 활동의 가장 큰 모토인 것 같아요. 히트송을 만들어야지, 대박을 내야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온 적은 전혀 없어요. 대중에 취향에 맞춰야 한다던지 이 노래가 잘 됐으니까 다음 노래는 더 잘 돼야 한다 이런 부담도 없고요."
이번 앨범에서 달라진 점은 솔로 앨범을 위한 피처링 군단이 더욱 화려해졌다는 것이다. 다른 가수들 앨범에 쉽게 참여하지 않는다는 넬 김종완부터 자우림 김윤아, 그리고 곧 출격할 YG 새로운 걸그룹 멤버까지 지드래곤의 솔로 앨범을 위해 힘을 보탰다.
"빅뱅 앨범을 만들 때에는 피처링이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 일단 멤버가 5명이니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았죠. 하지만 솔로 앨범을 할 때에는 평소 같이 하고 싶었던 선배들이나 후배들에게 부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지난 앨범에도 김건모 선배님이 참여해 주셨지만 이번에는 (김)윤아 누나, (김)종완이 형도 그렇고 평소 제가 같이 한 번 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분들께 부탁드려서 하게 됐어요."
'재미있게 하자'는 본인만의 모토와 함께 새 앨범을 들고 나온 지드래곤은 '와이 쏘 시리어스(Why So Serious?)"라는 말을 타이틀곡에 넣었다. '왜 그렇게 진지해야 해?'라는 이 말은 지금 지드래곤을 향한 많은 사람들의 시선에 지드래곤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다크나이트 속 그 대사가 제게는 아주 세게 다가왔죠. 처음 타이틀곡 작업할 때 리듬 위에 중간 중간 그 가사만 넣어놨었어요. '왜 그렇게 진지해? 그냥 재밌게 놀 수 없을까?' 그런 생각으로 전 대사를 받아들였어요. 세상에 대해서 다 부정적이고 왜 즐기지 못하고 진지하기만 할까…그런 생각이 들었죠."
늘 세상을 향해 부딪히는 패기, 남들과는 다르다는 믿음을 가진 자신감, 그것이 바로 지드래곤이 가진 매력이다.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자신만의 매력을 가진 지드래곤이 두 번째 필살기를 가지고 세상에 나왔다. 과연 누가 그의 자리를 빼앗을 수 있을까. 지드래곤의 새로운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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