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김진욱 두산 감독은 16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김 감독은 팀 타자들의 타격에 큰 아쉬움을 나타냈다. "상황에 따른 팀 타격도 좋지만 경기 중반까지는 자기 스윙을 제대로 해야 한다. 삼진을 당하더라도 풀스윙을 해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두산 타선은 최근 갑자기 침묵에 빠졌다. 12일 목동 넥센전까지 3∼4점씩 올리며 승리에 필요한 조건을 충족시켜주더니 최근 2경기에선 언제 그랬냐는 듯 무기력했다. 특히 전날인 15일 잠실 LG전에선 상대 선발 주키치에게 눌리며 6안타 무득점으로 영봉패했다. 경기 중반까지 꾸준히 누상에 주자는 나갔지만 좀처럼 후속타가 터지지 않았다.
김 감독은 "어차피 연속 안타로 점수를 계속 낼 수 있는 팀은 없다. 나간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기 위해선 발 빠른(주루 능력 뛰어난) 선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 라인업에 빠른 선수라고는 1번 이종욱 한 명뿐"이라고 했다. 든든한 투수진이 버티고 있으니 타자들만 제 몫을 해주면 되지만 그게 좀처럼 안 된다는 안타까움이 묻어 있었다. 그는 경기전 훈련시 배팅 케이지 뒤에서 타자들의 타격 연습을 한참 동안 지켜봤다. 굳은 얼굴로 타자들의 스윙 하나하나를 날카롭게 주시했다.
◆김 감독의 이런 속마음이 전달됐을까. 두산 타선은 이날 모처럼 호쾌한 타격으로 시원하게 점수를 뽑아냈다. 선발 김승회의 6.2이닝 9피안타 2실점 호투 속에 윤석민의 투런홈런 등으로 6점을 벌어들였다. 9회초 김강률이 연속 볼넷을 허용한 데다 수비 실책과 마무리 프록터의 부진이 겹치며 6-5로 턱밑까지 추격을 당하기는 했지만 연패를 2경기에서 끊어냈다.
3회초 김승회가 갑작스런 난조로 연속 4안타로 2점을 먼저 내줬다. 그러나 두산 타선은 3회말 곧바로 반격을 시작했다. 선두 양의지의 중전안타, 김재호의 볼넷, 이종욱의 우전안타로 만든 무사 만루에서 손시헌은 중견수 큼지막한 희생플라이로 양의지를 불러들였다.
김 감독이 주문한 찬스에서의 호쾌한 스윙이 만들어낸 득점이었다. LG 선발 신재웅의 보크에 이은 김현수의 좌전 적시타로 주자 2명이 더 들어와 경기는 뒤집어졌다. 3-2로 역전한 뒤인 1사 1루에서 우타석에 들어선 4번 윤석민은 바뀐 투수 최성훈의 초구 직구를 노려쳐 좌측 펜스 중단에 떨어지는 큼지막한 투런홈런을 터뜨렸다.
◆LG로선 선발 신재웅의 3회 보크가 뼈아팠다. 신재웅은 2-0으로 앞선 3회말 갑자기 흔들리며 안타 2개와 볼넷으로 무사 만루에 몰렸다. 이어 손시헌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한 뒤 1사 1,3루에서 김현수 타석 때 그만 보크를 범했다. 투수판을 밟은 상태에서 글러브를 낀 오른손을 미세하게 움직였다는 이민호 구심의 지적이었다. 투수는 마운드 위의 판을 밟은 상태에선 투구동작 외에는 미동도 해선 안 된다.
뜻하지 않게 동점을 허용한 신재웅은 흔들렸고 이후 김현수에게 좌전 적시타를 허용하며 강판됐다. 김현수는 엉덩이가 빠진 상태에서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으로 벗어나는 공을 손목 놀림 만으로 밀어쳐 3-유간을 꿰뚫었다. 이어 나온 윤석민의 투런홈런은 분위기를 두산 쪽으로 완전히 가져가는 한 방이었다. 8회 이원석의 1타점 3루타는 승리를 확인하는 적시타였다.
LG는 9회초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대형의 2타점 적시타 등으로 막판 추격전을 벌이며 한 점 차로 따라붙었다. 하지만 계속된 1사 2, 3루 역전 기회에서 오지환과 박용택이 프록터에게 내리 삼진으로 허무하게 물러나 땅을 쳐야 했다.
◆이날 승리로 두산은 올 시즌 LG 상대 전적 6승째(10패)를 기록했다. 두 팀은 앞으로 3경기를 더 남겨두고 있다. 두산이 모두 이기더라도 올 시즌 잠실 라이벌 맞대결의 승자는 LG로 이미 결정된 상태다. LG가 두산과의 시즌 전적에서 앞선 건 13승6패를 기록한 2009년 이후 3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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