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시민구단 대전 시티즌의 올 시즌 출발은 의욕이 넘쳤다. 강원FC에서 맏형 정경호(32)가 이적해 오고 전북 현대에서 임대로 김형범(28)을 데려오는 등 강등권 탈출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러나 선수들의 경험 부족에 정신적 지주였던 최은성(41)이 계약 문제에 이견을 보이면서 전북으로 떠나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최은성과 마찰을 빚었던 전 사장은 사퇴하는 등 대전의 시즌은 예년처럼 시끄러웠다.
성적은 바닥을 기었다. 14라운드 광주FC전에서 이기고서야 꼴찌 탈출에 성공할 정도로 힘든 시간이 이어졌다. 당연히 전문가들이 꼽는 강등 유력 후보군에서 대전은 빠지지 않았다.
유상철 감독의 사퇴설까지 돌았다. 지역 여론은 유 감독에게 우호적이지 않았지만 유 감독은 끝까지 가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이를 지켜보는 김형범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김형범은 임대 기간이 끝나면 전북으로 복귀한다. 그에게는 대전이 어떤 성적을 내더라도 살 길이 있다. 그래도 유 감독과의 인연으로 대전의 강등 탈출을 위해 몸을 던진 만큼 책임의식으로 중무장했다.
강등팀이 상주를 포함한 2팀으로 확정되면서 부담은 덜었지만 스플릿제 하에서의 14경기는 모두 전쟁이다.
김형범은 대전의 패배의식을 깨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울산 현대에서 데뷔해 전북에서 선수 생활을 꽃피우며 정상을 맛본 그는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울산, 전북과는 다른 것 같다. 주로 신인 등 젊은 선수로 이뤄져 있다 보니 연습경기에서 패해도 왜 그런지 생각을 안 한다"라며 패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문화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승리욕으로 가득한 그는 후배들을 일깨웠다. 그는 후배들에게 "많이 지는 팀들이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모든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우리가 함께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말을 늘 강조한다고 전했다.
김형범은 대전에서 뼈를 묻을 것 같은 자세로 강등을 막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다. "시즌 전부터 '어차피 너는 전북으로 돌아가지 않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 이야기는 정말 듣기 싫다. 임대는 계약의 문제일 뿐 지금 내 소속은 대전이다. 전북 못지않게 좋아하는 팀이 됐다. 죽어도 같이 죽는다"라며 책임 의식으로 무장해 대전의 1부리그 잔류에 몸을 던지겠다고 강조했다.
그에게는 부상 트라우마라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여태껏 당한 부상을 열거하는 것이 벅찰 정도로 부상의 아이콘이었다. 과감한 플레이가 장점이지만 자동적으로 따라오는 부상은 그를 늘 울렸다.
그는 "연습 때 동료들이 거친 플레이를 하면 무의식적으로 화를 낸다. 꼭 부상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예민한 것이 사실이다. 동료들도 이제는 이해한다"라며 죽을 각오로 대전을 그룹B에서 살려내겠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그 출발은 15일 성남 일화와의 31라운드다. 지난 6월 23일 경기에서는 환상적인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3-0 승리를 이끈 바 있다. 당시의 기억을 되찾아 대전을 승리로 출발시키는 것이 김형범의 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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