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런 때가 있었나 싶네요." 세계 청소년야구 선수권대회가 서울에서 열린 것에 대해 2년 전 감회가 남다르지 않냐는 기자의 말에 문우람(20, 넥센)은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2010년 광주동성고 재학 시절 마운드와 타석을 넘나들며 유창식, 임찬규, 심창민, 유강남 등과 나란히 청소년대표로 뽑혀 태극마크를 달았던 문우람은 캐나다 선더베이행 비행기에 오를 때만 해도 자신만만했다. 그러나 게임 출장 기회를 잡지 못했고 친구들의 플레이를 응원하는 역할에 만족해야 했다.
"제가 많이 뛰지 않은 탓인지 좋은 기억이 별로 없어요. 성적(대회 7위)도 좋지 않아서…" 자존심 강한 문우람에게 덕아웃만 지켜야 했던 건 어쩌면 견디기 힘든 고문이었는지 모른다.
청소년선수권에 다녀온 한 달 후 열린 프로야구 신인지명회의에서 그는 다시 한 번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말았다. 같은 대표팀 멤버 가운데 2학년(강진성, 하주석)을 제외한 동기 18명 중 14명이 프로의 부름을 받았으나 정작 자신의 이름은 끝까지 호명되지 않았던 것. 일찌감치 대학행을 선택한 김민욱(신일고, 인하대예정), 신철언(덕수고, 연세대예정) 김호령(군산상고, 동국대예정)의 미지명과는 전혀 입장이 다른 상태라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었다.
물론 여기저기 유명 대학에서 문우람을 원했다. 그러나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로지 프로행만을 고집했다.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그는 신고선수 입단을 선택했다.
당시 넥센 스카우트는 '컨택 능력이나 어깨만큼은 충분히 프로선수의 자질이 엿보인다. 다만 체격이 아직 가다듬어지지 않아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대학에 진학해 4년 뒤를 기약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그의 프로 의지를 꺾기엔 부족했다.
넥센에 신고선수로 입단해 강진 2군에서 보낸 지난 1년, 그는 76경기에서 63안타 26타점 타율 2할8푼3리를 기록했고 다행히 시즌 종료 후 신고 딱지를 뗄 수 있었다. 어엿한 프로선수로 데뷔 2년째인 올 시즌엔 넥센 2군 선수 중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서며 175타수 58안타 타율 3할3푼에 26타점을 기록하며 붙박이 우익수로 자리매김했다. 뿐만 아니라 비록 홈런은 한 개뿐이지만 2루타 11개, 3루타 8개로 장타율 5할을 마크, 팀 내 1위를 지켰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불러주셔서 좀 놀랐어요. 하던 대로 열심히 하면 때가 오겠죠." 9월 들며 확대 엔트리가 시행된 첫 날 문우람은 데뷔 첫 1군 무대를 밟았고 그 다음날인 2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첫 선발 출장(7번 우익수)의 기회를 잡았다. 그는 팀이 2-0으로 앞서던 5회 삼성 선발 탈보트에게 중전 안타를 뽑아내는 등 이날 4타수 2안타 활약으로 제대로 눈도장을 받았다. 11일 현재 7경기 출장해 19타석에서 6안타를 쳐내 타율 3할1푼6리로 만만치 않은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7일 잠실 두산전에서 그는 방망이뿐만 아니라 강한 어깨와 정확한 송구 능력으로 김시진 감독의 마음을 사로기도 했다. 2-1로 앞선 6회말 수비 1사 1, 2루에서 이원석의 안타 타구를 잡아 재빠른 송구로 홈 대시하던 윤석민을 잡아냈다. 9회말 2-2 동점 상황에서도 손시헌을 타구를 잡아 쏜살같이 홈으로 던져 김재호의 득점을 막아냈다.
서건창에 이어 또 한 명의 신고선수 출신 기대주 문우람의 등장에 넥센 팬들은 일제히 반색하고 있다. 넥센이 페넌트레이스 4위권 진입을 위해 마지막 몸부림을 치고 있는 상태지만 그의 활약상을 지켜볼 수 있다는 점도 넥센 경기를 주목하게 만드는 하나의 이유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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